처마 =최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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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최백규
네가 관 속에 누워 있는 꿈을 꾸었다
연한 뼈를 가지런히 모으고 비를 맞아도 눈을 감지 않는 그것이
사랑이라 느꼈다
흰 발목으로 풀뱀이 머리를 들이밀도록 청이끼만 무성해지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도 같았는데
얼띤感想文
시제 ‘처마’는 처마處馬 혹은 처마는 치마의 방언이기도 해서 어느 것이든 또 잘 들어맞다. 치마라는 것도 치마治馬면은 굳이 억지로 맞추려면 거기에 닿기도 한다.
나는 이미 바닥이고 관 속에 가려는 저것은 너다. 연한 뼈를 가지런히 모으는 활동과 눈을 감지 않는 것은 독서며 熱讀이겠다. 이것을 사랑이라고 하면 과한가! 흰 발목에 치렁치렁 둘러맨 이 글들은 이끼 한 자락 피어 올릴 수는 있는 건지, 아! 손 뻗으면 닿을 것도 같았는데 말이다. 너의 그 모든 활동이,
=****께
그간 잘 있었는가! 오늘 처서라네, 모기는 입이 삐뚤어지고 풀은 울며 돌아서니 벌초 때가 가까운 거지 한 3년 했나 몰라, 고객 여럿에게 아침마다 신문을 정리해서 보내곤 했는데 이 일 접었다네, 대신 시 감상평 한 편 제대로 정리해서 보내게 되었네
아침마다 신문을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군, 사실 피곤하기도 하고 또 중요한 것은 집에 어머니 일로 신경도 써야 해서네. 근래 자주 드나드는 고향 길이 되었네. 어제도 밥 한 술 뜨지 않아 애를 먹었네 마음이 여간 괴로웠다네
오늘은 동생들 다 모여놓고 의논을 가졌어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해 나갈 건지, 둘째 동생이 오늘은 집에서 보낼 것이네 내일은 내가 가고 그렇게 번갈아 가면서 어머니를 보살피기로 했네 고집이 너무 억척스러워 동생이 잘 볼 수 있을지 의문이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네, 사업도 이제는 전적으로 아내가 맡기로 해서 명의 변경을 하기로 했지, 대출도 많아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야 집사람은 집을 팔아서라도 빚부터 갚고 보자고 하네 빚이야 갚을 진 모르지만, 그 안에 물건은 다 어떻게 처리할지 그것도 고민이네
오늘도 여긴 추적추적 비만 오고 있구먼, 오후 기획사에도 잠깐 다녀왔다네 그곳에 앉아 급히 시 몇 편 읽었네 어머님께 다녀온 내 마음 한 자락도 올렸다네,
고맙구먼, 별 신통치 않은 개미 같은 집을 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고마워
잘 있게.......
또 소식 전함세=
22.08.23
臨堂, 弓堂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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