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초록 속에서 / 김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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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초록 속에서
=김완하
유등천 물가 버드나무와 촐랑대는 냇물은 내게 옆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성큼 내려딛는 여름 햇살도 아는 체하지 않는다. 질경이, 쑥, 강아지풀, 씀바귀 옆에 뽕나무 사이 새들 찌릿찌릿 찌릭찌릭 저희끼리만 화답한다.
가까이 흰나비 한 마리 날았다. 나무, 풀, 꽃, 물이 한통속으로 어울려 짙은 초록을 펼친다.
풀들의 눈빛. 푸른 창을 버려 내 눈을 찌른다. 산책 길도 찔레 덤불 속으로 묻히고, 나는 낯선 초록들에 쫓겨 허동댄다.
얼띤感想文
詩의 認識과 不在는 늘 그렇게 왔다. 낯선 초록을 들여다보듯, 엉성하고 무성한 풀들을 볼 때면 이는 자연의 생리다. 아주 가지런히 자라는 풀과 나무와 질경이, 쑥, 강아지풀, 씀바귀는 없다. 뽕나무 사이 새들의 움직임과 소리는 듣는 이마다 다르다. 저쪽에서는 찌릿, 여기선 찌리릿 그렇다.
가까이 흰나비만 난다. 이것도 인식하려는 노력의 결과겠다. 전혀 보지 않고 라면 받침대로 쓰는 족속도 있으니까, 오죽하면 그러겠나 하는 마음을 놓는다.
여긴, 여전히 비가 오고, 차도는 차로 붐비고 넘쳐난다. 낯선 초록이 아니다. 잿빛 하늘과 그 하늘 가득 덮은 먹구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쏟아내는 저 비구름 떼가 지나간다. 오늘은 그나마 덥지 않아 시원히 보낼 수 있다만, 무엇이 이리 나를 억압으로 내모는 것인가! 초록이여 낯선 초록이여 내게로 오라 풀들로 웅성한 한 성을 이룬 이루게 하는 소리족의 완성 그 길의 끝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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