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랑 / 고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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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고영서
돌돌 말린 검은 비닐봉지 속에는 당근이 있었다 깜박 잊어 버린 게 당근뿐일까만 주홍의 몸피에서 난 연록의 싹을 버리지 못해 뭉텅, 잘라 컵에 놓았던 것이다 뾰족한 까까머리가 성깔을 죽이며 쑤우쑥 하늘을 밀어 올리더니 제풀에 꺾이고 흐트러지고
뿌리가 없는 것들을 탓하기에 이별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얼띤感想文
시를 읽으면 반성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 한때 시 공부에 매진하던 때도 있었으니, 그렇게 또 한 몇 년 흐지부지하게 보내다가 마음은 역시 또 마음이 최고다. 물론 시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그 뿌리를 만드는 일, 어디든 만들어 가는 네트워크 그 세계에 대한 나의 존재성을 말이다. 하나가 죽으면 하나가 있고 또 하나가 죽으면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원천적인 지식과 사고 그리고 활동력을 말이다. 나는 오랫동안 커피를 했다. 그 세계가 흔히 보이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은 세계 뿌리는 늘 흔들렸다. 문학이 또 하나의 뿌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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