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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방 / 김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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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22-08-14 20:56

본문

목련의 방

=김은상

 

 

    그녀의 눈망울에 달이 차오르고 있었다. 저녁이 환해질수록 점점 작아지던 그녀의 방. 목련이 피어나고 있었다. 백태 안쪽 가만히 귀를 대보면 눈물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보다 야트막하게 대문 쪽으로 머리를 수그리고 코흘리개 아이들을 품고 있었다.

    수레를 끄는 그녀의 등이 낡은 지붕으로 휘어져 가는 사이 아이들은 얼굴보다 큰 뻥튀기를 깨물며 흙벽 모서리에 난 구멍을 긁었다. 술에 취해 밤의 목덜미에 칼끝을 대고 새벽을 엎지르는 아비를 긁는 것인지. 그런 악천후를 피해 돌아오지 않는 이역의 어미를 긁는 것인지. 철없이 벽은 긁을수록 환해져, 커져 가는 햇빛과 엉켜 킥킥대며 방바닥을 뒹굴었다.

    봄을 향한 나무의 비명이 꽃이라면 고통은 적멸에 가닿는 생의 환호일까. 수북이 쌓인 폐지 속에 숨었다가 세상보다 아득한 온기에 몸을 말고 스르르……, 눈을 감아버린 어린 고양이들의 잠. 곪은 달은 아물었다 덧나기를 반복하며 목련나무 가지 위에서 부풀었다.

    혹 월식이 그리워지는 그믐이면 그녀는 명치끝에 고인 울음을 마른 밥그릇 떨어뜨려 설거지했다. 닦을수록 그늘이 깊어지는 꽃의 이명, 화들짝 달무리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무도 깨지 않은 목련의 밀실이 있었다.

 

    반년간 상상인2021년 하반기호(통권 2) 발표

 

    얼띤感想文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봄과 봄에 핀 나무와 나물 그리고 소유격에 대한 주체의 상대는 늘 무엇인가 하며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일 뿐 시를 대하며 저 문장을 볼뿐이다. 어렴풋이 오는 어떤 감정은 백태 안쪽 비명의 이명으로 남겨 놓은 채 말이다.

    =그녀는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을 생각하며 눈물만 글썽거렸다. 저녁이면 점점 작아지는 시 쓰는 일로 꽃처럼 새로운 하루를 피운다. 가만히 그녀를 두고 생각해보면 눈물뿐인 생을 보았다. 그녀의 이웃보다 어쩌면 낮고 겸손한 삶의 자세였다. 코흘리개 아이를 품으며 세상을 본 그녀,

    삶의 업보가 그녀를 짓누르고 있어도 의지할 곳 없이 휘어져 가는 세상은 품에 안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아픔을 물고 어떤 탈출구를 마련해야 했다. 그것은 애들 아비의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짓 같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삶에 엮여 또 다른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몸짓 같은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세계를 빠져나가려 하면 도로 더 확인하는 현실일 뿐 다시 나자빠지고 만다.

    온전한 세상을 향한 그리움이 꽃이라면 지금 이 글쓰기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어떤 생의 환호일까, 수북이 쌓은 저 폐지에 잠시 내 마음을 놓고 아득한 그리움만 온기로 닿는 눈물일 뿐, 세상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저 어린것들, 나는 다만 마음이 아파 거저 아물다가 덧나기를 반복 내 가지 위에 부푼 하나의 희망을 본다.

    혹 시가 그리워지는 그날이 오면, 그녀는 마음에 고인 울음 한 자락을 빈 종이에다가 적고 또 적고 하여 거저 하루를 씻는다. 씻을수록 그늘만 깊어 그 씻은 시로 인해 내 마음은 다만 붉게 물들기만 했다. 아무도 모르는 내 시의 마음 한 자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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