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기대어 / 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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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기대어 / 김선오
물소리가 나를 흐르게 한다. 햇볕이 나를 하얗게 거두어들인다. 몸은 다 사라지고 나는 물이 되었구나. 물이 되었구나. 아무것도 아프지가 않다.
눈을 뜬다. 눈앞이 온통 거미줄이다. 나의 검은 야구 모자 챙 아래로 거미가 집을 지었나 보다. 어둠 속에서 거미줄이 흔들린다. 거미도 흔들린다.
거미줄을 떼어낸다. 손이 끈끈하다. 그러나 거미줄 여전히 눈앞에서 흔들린다. 비가 오려는 건가. 나는 주먹 속의 거미와 함께 들어간다.
얼띤感想文
여기서 물과 햇볕과 어둠 그리고 비는 같은 속성을 가진 물체다. 시의 객체격이다. 나와 연관된 것은 검은 야구 모자와 손 그리고 주먹이겠다. 시의 주체격이다.
거미줄은 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나를 흐리게 하고 온몸을 하얗게 하며 거두어들이는 존재 하지만 아프지가 않다.
거미는 내게 들어온 어떤 존재로 내 안에서 집을 지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그렸다. 그것은 하나의 주먹이 되었으며 주먹 같은 공이 되었으므로 야구처럼 저 멀리 칠 일만 남았다.
시제 나무에 기대어, 타인에 좀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시인의 욕망이 묻어나 있는 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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