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라는 얼굴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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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라는 얼굴 / 송재학
낯선 얼굴이 필요하다면 서쪽의 몽타주를 보라 몇 사람만이 노을이라는 얼굴을 이해했다 언어를 뭉개버린 서쪽은 21세기를 이미 건넜다 서쪽이 챙긴 화장 거울은 얼굴을 뼈의 윤곽과 함께 기억하고 있다 경첩에 붙은 나비 장식은 부식되고서도 거울 속을 날아다닌다 서로가 서로를 괴로워하는 더듬이의 형용사끼리 엉키다가 부서졌다 구름은 장례식마다 참석했다 육식과 잡식성이 서로 으드득 집어삼킨 서쪽이다 한 움큼 꽃을 꽂은 머리칼이 쏠린다 별일 아닌 듯 헐은 얼굴은 자꾸 색이 변하는 파스텔을 고른다 얼굴과 물고기가 같은 실크스크린으로 몇 번이고 프린트된다 얼굴이라는 문장마다 외부는 내부의 가면이라는 능청스러운 이정표가 붙어 있다 불곽이 있는 저 노을을 보라
얼띤感想文
송재학 詩人의 근래 내신 詩集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에 실린 詩다. 송재학 詩人의 詩는 詩語를 배배 꼬아 둔 맛에 가끔 재미로 읽는다. 뭔가 풀릴 듯하면서도 잘 안 풀릴 때도 있는데 풀고 나면 아아 저게 저렇게 되는가, 보구나 하며 말이다. 물론 이렇게 적고 보니, 詩人의 詩에서 얘기한 물고기 어조 같다.
여기서 중요 詩語를 몇 개 고르자면, 얼굴과 서쪽 그리고 몽타주, 노을, 육식과 잡식성을 들 수 있겠다. 모두 제유로 쓴 詩語들이다. 그 하나씩 풀어보면, 얼굴은 시를 서쪽은 시인을, 몽타주는 시에서 얼비치는 얼룩 같은 것, 노을은 시 인식과 더불어 오는 시집을 표현한다. 그리고 육식과 잡식성은 초식의 반대말이고 21세기는 2를 하나로 묶은 단위의 표현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새로운 시를 쓰고 싶다면 시집을 읽고 상상을 떠올려 보시오, 몇 사람만이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 것 같소 시 다 뜯은 시인은 이미 저문 강을 건넜소 시인이 챙긴 비판과 비평은 시초의 윤곽과 어렴풋이 같은 거로 기억하오 서랍장 같은 메모지는 늘 시의 밑그림 같은 게 거울처럼 따라다니오 서로가 서로를 괴로워하는 더듬이처럼 시초와 시 그렇게 부서지기도 하고 때론 그것들이 시집으로 떼어 옮기기도 하오 그러니까 시를 모르는 자(육식과 잡식성)들이 서로 으드득 뜯을 시인 아니겠소. 한 다발의 시를 담은 시어들이 머리칼 헤듯 쏠리지 않겠소. 별일 아닌 듯 다 뜯긴 시는 원래 다족류의 지네발처럼 뻗을 거요, 몇 번이고 인세가 있을 것이고 시는 문장마다 그 외부의 가면으로 톡톡히 역할을 다할 것이오. 능청스러운 이정표로 화끈이 달아오른 저 시집 말이오.=
물론 시는 다족류에 한 부류이니까 다르게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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