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들 / 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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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 / 하재연
눈썹이 비뚤게 그려지고 / 입술이 피처럼 붉은 / 나는 스무 살이 되었고 / 너의 엄마는 죽었고 / 너도 아홉 살에 죽었다 / 나는 조금도 훌륭해지지 않았다 / 한 겹씩 덮여가는 / 이 얼굴에는 캐릭터가 없다 / 말을 줄이는 것이 / 세상에 대한 조금 덜 나쁜 태도 / 백지에는 얼굴을 그리면 되고 / 나무는 살을 깎아내면 된다 / 그러나 네 입술에는 / 색을 칠할 수가 없다 / 네게서 빠져나간 검은 빛들은 / 대기를 떠돌아다니고 / 남은 한 가닥의 머리카락은 / 계속 자라난다 / 너는 그때 내게 / 안녕 또는 어서 와, 라고 / 말했던 것일까?
얼띤感想文
詩는 어떻게 하면 인식이 되며 그 인식이 오르고 그 인식의 표상이 어떻게 바닥에 내려앉는가? 시의 고체성에 대한 종속과 그 해방을 말이다. 그러므로 시를 쓰는 자는 독립성이 강하다. 그 어떤 삶에 대한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자립도 말이다.
이 시에서 주목할 만한 시어는 스무 살과 아홉 살이다. 필자 또한 ‘열십자’에 대한 시의 개념적인 글을 쓴 적 있다. 열십자는 소통과 인식의 개념이다. 이쪽도 저쪽도 옆도 아닌 골목의 거리를 말한다. 탁 펼치면, 집중적이다. 이 집중적인 거리가 십자, 교차로다. 직선이며 백지다.
그러므로 나는 스무 살이 되었다. 남쪽이 열 살, 이를 바라보는 북쪽이 열 살이으므로 상대방까지 고려한 나이다. 너의 엄마는 죽었다. 결국 나는 죽었다. 인식이 되었으므로, 너는 아홉 살 열십자로 향하는 너의 마음의 나이다.
여기서 시 고체성을 논하는 시어는 나무도 있다. 이에 상응하는 시어가 입술이며 검은빛들이다. 남은 한 가닥의 머리카락은 시를 제유한다. 계속 자라난다. 안녕, 이미 떠나보내는 것과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저 까만 빛에게 어서 와,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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