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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의 도(道) /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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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회 작성일 22-08-02 18:18

본문

파종의 도() / 이재훈



    궁핍 때문은 아니었다. 가급적 세상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갔다. 더 깊이 더 고독한 곳을 찾았다. 나는 나무의 족속. 거리의 질서에 저항하다 피를 흘리고, 저주의 말로 땀을 냈다. 짐승처럼 쓰러지고 일어났다. 바람이 사는 거주지에 자주 운신했다.

    바람은 내 심장과 폐와 위장을 어루만진 유일한 존재. 뒷동산에서 개울가로 빠져나가며 날 위로한 섬김의 존재. 한 덩어리의 말과 한 덩어리의 슬픔이 내게 간신히 남았다.

    지켜준다는 말을 믿었다. 회복된다고 믿었다. 내 집엔 권태가 기거하고, 내 집엔 무기력이 기거하고, 내 집엔 재앙도 기거한다. 거리는 학살에 속한 세계.

    거리의 규율을 화분에 옮겨 담았다. 한 뼘의 땅에 손을 집어넣었다. 축축한 흙의 몸을 지긋이 만져보았다. 햇살이 부드럽게 흙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흙이 고요히 뜨겁다. 내 손가락이 타올랐다.

 

   얼띤感想文

    고양이 한 마리가 문틈 스테인리스강에 기대며 두 다리 쭉 뻗고 앞발은 최대한 위로 젖혀 기지개를 켠다. 안과 밖의 온도 차가 꽤 큰 이 시점, 내부 온도가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전된 스테인리스강이 그래도 시원했던 모양이다. 지나는 사람이 모두 이 고양이를 보며 디카를 찍는다. 여기 안 주인은 물 확 끼얹으려고 한다. 미물이라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왜 물을 끼얹나요 했더니 그냥 웃자고 한 말이라 한다. 내부 온도는 에어컨 바람에 시원해서, 그냥 앉아 보는 거리, 여전히 마스크 끼며 활보하는 거리를 본다. 차들이 싱싱 달리는 여기 대학가 앞, 더운 공기가 밀려오고 찬 공기가 밀려 나가는 문틈에서 저 쫄깃한 거리를 당긴다..

    현실은 늘 궁핍窮乏日常이다. 가급적이면 멀리 도망가고 싶은 하지만, 그 책임감責任感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하고 이 백축白丑의 거리에서 머뭇거리며 백방百方 모색摸索을 하며 저항抵抗 없이 질서를 받아들이는 밤만 보내고 있다. 짐승처럼 우리는 다만 바람에 의존한 운신이었다. 오늘 밤은 거리의 존재, 권태의 악연이 무기력의 인연으로 닿는 재앙일 뿐 거리는 풍성한 폐허의 무덤이라는 걸 난 오늘 또 알았다. 흙속에 물을 부어 진흙을 다지고 벽돌을 만들며 한 뼘 남짓한 집을 짓는 장인의 손길은 허공의 숨골에다가 침대를 놓고 겸허한 시간을 보내겠다. 내 장지가 타오르는 밤을 지켜보며 파종은 이미 그 시기를 벗고 도로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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