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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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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봄을 찾아서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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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8회 작성일 22-08-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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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아서 / 이재무

 


스무 해 전 훌쩍 버리고 온 집 찾아가 불들인 지 오래인 아궁이 앞에 쭈그려 앉아 텅 빈 구멍 속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살진 고요가 들숨날숨을 내쉬고 있다 배화교도가 되어 불 숭배한 적이 있다 부뚜막 밖으로 뱀의 혀 되어 널름대는 불 속으로 마른 장작의 나날 불쑥, 던져놓고 두어 됫박의 재로 남고 싶었던 것이다 때로 젖어 연기만 분주한 시간 태우며 분노에 시달린 적도 있다 그러다가도 파랗게 인광을 내는 불꽃에 놀라 주춤 물러선 적도 있다 생각해보면 막힌 구들처럼 아득한 날들이었다 그 해 늦겨울 솥단지가 아궁이를 떠나자 아궁이 속은 오래된 동굴처럼 쥐 몇 마리와 폐허만이 살게 되었다 모종과 유랑으로 이 도시 저 도시를 배회하고 전전하는 동안 생의 뒤꼍에는 회한의 솔잎 소복이 내려 쌓였다 나 이제 다 늦은 생의 오후가 되어서나 돌아와서는 마당가 웃자란 잡초를 뽑고 송판마루 두껍게 쌓인 제비똥을 쓸어낸다 새로 들여온 솥단지에 물 길어다 붓고 삭정개비 주워 모아 불을 지핀다 그러나 불은 옛날의 신화를 살지 못한다 다만 긴 잠에서 깨어나 마음의 불씨 몇 토막 슬며시 눈 뜰 뿐이다 내일은 가라앉은 구들장을 다시 들이고 방 어지간히 데운 후 객지 벗어나 몇 불러들여야겠다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나는 전에 없이 마음 다소곳해지고 산간마을에 내린 첫눈과 같이 아직 죄를 모르는 순백한 영혼이 된다

 

   얼띤感想文

    몇 년 전이었다. 어머니 모시고 외갓집 다녀온 일 있다. 자가용 몰며 어머니 옆에 태우고 그렇게 다녀왔다. 어릴 적에는 몇 번 손꼽을 정도로 다녔던 외갓집, 정말 몇십 년 만에 온 것이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모두 돌아가시고 이 집 맏이 외삼촌도 돌아가시고 이젠 폐허가 된 그 집을 어머니와 함께 왔던 것이다.

    마당에는 잡초로 우거져 있었고 그렇게 넓어 보였던 안방과 정짓간은 거미줄이 차지하고 있었다. 솥을 걸어두었던 아궁이는 무너져 있고 솥은 온데간데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아래채에서 하룻밤 잔 기억도 있어 그 아래채에 들러 살펴도 좁은 헛간만도 못한 시간을 잠시 보았다. 어머니는 왜 그토록 외갓집을 아들과 함께 오지 않았을까! 외할아버지 죽음도 외할머니 죽음도 알지 못하고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때 방문한 이후 몇 년 지나 큰 손주가 이 집을 얼마 받고 팔았다는 소식을 이모에게서 듣게 되었다. 그것도 어머니의 입으로 알게 되었다. 풀들로 무성한 집, 한때는 칠 남매가 북적거리며 지냈을 그 집, 고인은 모두 떠나고 집터마저 없어져 버렸다. 외할아버지가 그렸던 완벽한 집이었다.

    그래 나는 집을 잡아야 한다. 다 쓰러져간 집을 부둥켜안으며 나의 색과 풀을 소에게 떠먹여야 할 잡지 못한 손목을 다시 잡으며 있었다. 그 손등에 내리쬐는 부드러운 햇볕을 밀며 잡지 못한 잡초를 붙들며 비록 짧은 생이지만 관솔가지에 매달 손을 찾아야 한다. 생명의 불꽃을 등허리에 둘러매고 이질적인 언어를 배척하면서 슬프고도 궁한 기둥을 찾아 부적이 누릴 수 있는 풍만한 기형아를 풍토병에 걸맞게 내보내야 한다. 할손례 받지 못한 이 식물을 다만 개종의 생명력에 이르는 우윳빛 싸개통에다가 퍼지게 올려놓고 써레질에 부여한 민머리를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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