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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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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북촌 / 조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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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22-07-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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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 조창규

 


우리 집안은 대대로 남인이었어요 남산골샌님이었던 고조할아버지는 종구품이었지만 북촌 어느 대감댁 소나무는 정이품송이었죠 예나 지금이나 정치 일번지인 북촌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도성 안 최고 길지인 이곳엔 예부터 대궐 같은 집들이 대대손손 자손들에게 사대부 가문을 물려주며 살았고 말단 공무원이었던 고조부는 아랫마을 남촌에서 살았어요 북두칠성도 북천을 중심으로 둥글게 돌았고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버지는 어깨에 별 하나 다는 게 소원이었는데 초가지붕을 삿갓처럼 쓴 옛 조상집은 행여나 북쪽 하늘에서 큰 별들이 우수수수 떨어질까 북쪽 동네를 망보듯 서 있었어요 병인박해 때였던가, 우리 가문은 멸문지화를 당했고 그 후로 가난한 순교자 집안이 되었죠 가난한 자에게는 저승 복이 있어서 천주쟁이었던 증조부가 살아생전 가진 걸 다 팔아서 산 시골의 어떤 밭뙈기가 토지대장을 살펴보니 신이 인간과 보물찾기를 하려고 천국의 금은보화를 감춰놓은 밭이었어요 믿음이 가장 큰 유산이라던 할머니는 그 밭을 애비 없는 나에게 물려줄 거라는데 어릴 적부터 내 머릿속에 보물섬처럼 둥둥 떠 있는 할머니의 손바닥만 한 텃밭을 밤새 파 봐도 묵직한 금덩이 같은 왕감자와 고구마뿐이라서 나는 허탈해요 가문에 부끄럽게 살았던 나도 이제, 대역죄로 순교한 증조부처럼 그림 속의 떡을 믿음의 눈으로 먹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자포자기한 마음 지구에서 삼십억 광년 떨어진 북천 어딘가에 천국 마을은 있다는데 가난했던 우리 할아버지도 노잣돈 뱃삯이 없어 황천 강을 헤엄쳐 건너가 마침내 북쪽 마을에 도착하면 저승에서 대궐 같은 집에 사는 증조부가 젊었을 때 할아버지를 알아보고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입 맞추며 안아주실까요 북촌의 집들은 다 검은 머리였는데 그건 기왓장을 지붕에 얹어서 그렇고 마음만큼은 부자인 나도 어느새 저세상에 대한 소망이 희끗희끗 새치처럼 돋아나요 오늘도 많은 우주선들이 북극성을 향해 날아가요 부자동네인 저 낙원은 대역죄인들만 갈 수 있는 곳인데 시도 때도 없이 망자들이 드나드느라 북촌의 솟을대문은 문턱이 닳아 없어졌죠 밤하늘엔 할머니가 깔고 주무실 칠성판이 이부자리처럼 펼쳐져 있고 여러 차례 가판대 떡을 훔쳐 달아난 허기진 내 유년의 낙원동 골목을 지나면 한때 장안 제일 북촌이었던 북촌이 나와요

 

   얼띤感想文

    이 만 보아도 시작법을 대충 알 수 있다. 억시 복잡하게 써놓은 것 같아도 간단하다. 북쪽은 이상향이자 별 그리고 조상을 대변한다. 남쪽은 나와 현실 그리고 꿈을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 이 시를 읽고 나니, 마치 우리 집안을 이처럼 쓰고 싶은 충동감이 인다. 가령,

    본인은 전주 이씨 집안 세종조 담양군파 17대 손이지만, 윗대 할아버지 세종의 한글 편찬과 보급 그리고 혜택을 옛 고어로 15세기 내지 16세기 어조로 바꿔 그것을 하나의 이상향으로 북쪽 갈림길에다가 묻고 나는 바닥만 기는 지렁이도 못한 한 인간을 대변한 글로 말이다.

    그건 그렇고 할아버지 때까지는 서울이 본거지였다. 성남시 세곡동이 우리 고장이었다. 할아버지와 증조부 그리고 고조부 그 윗대 할아버지와 담양군까지 세곡동에 묻혔다. 할아버지, 아버지 14세 때 죽음을 맞이해 나는 할아버지 용안을 모르고 자랐다.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어 할머니는 여간 꾸리기 힘든 가족을 경북 칠곡 북삼으로 이주하여 살았다. 여긴, 김해 김씨 집성촌이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적에는 변변한 밭이 없어 숭오 어느 절간 오르는 길, 묘를 봐 썼으며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노력으로 반듯한 밭을 장만해, 그간 고구마며 감자며 일구어 먹다가 고속전철이 지나가 반 뚝 잘려나갔다. 그나마 남은 게 한 200평이다. 할머니 묘도 이쪽으로 이장했으며 재작년 돌아가신 아버지도 여기에 쉬시도록 안장했다.

    동인 단톡에 오른 글이라, 타자해 보았다. 별 어려운 글도 아니었다만, 어렵다고 하신 분 있어 가볍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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