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 2 / 서효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부음 2 / 서효인
하필 주말이라니, 유난히 끈질 긴 유전자들이 모여 서로의 닮은 점을 탓한다 예상과 회상이 교차하는 무릎이 좌식 테이블 아래에서 격렬하게 떤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던 날도 있었다 친족의 울음이 귀 뒤로 떨어진다 고모와 고모의 오라비와 고모의 아들과 고모 아들의 처와 그들의 아들과 아들의 고모 눈알이 돌아간다 눈알이 도니 눈이 충혈된다 하필 주말이라니 우리는 장례 음식들처럼 그게 그것인 양 닮았다 좌식 테이블 아래에서 닮은 냄새가 올라온다 싫은데 싫을 수 없는 이의 방귀가 이틀하고 절반 동안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울음이 아닌 겨우 그런 것에 마음이 동하고 말아 하필 주말이라니 이 자리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사랑하던 날이 있던 적도 있어서 덜덜덜 몸을 떨며 울었다 닮은 것들의 몸을 통과한 악취가 제향을 대신하였다 월요일 새벽이었다 좀 씻어야겠다
얼띤感想文
이 詩에서 들여다볼 주요 詩語는 주말과 고모다. 주말은 주말朱抹이다. 붉은 먹을 묻힌 붓으로 글자 따위를 지우는 것을 말한다. 말(抹)은 지우다는 뜻이다. 고모는 고모(高謀)다. 훌륭한 計劃이나 방법, 그것으로 써놓은 글들이겠다. 그러니까 詩集 한 권을 내기 위한 마지막 校正의 아픔을 이 시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詩를 여러 번 써보면, 그게 그거 같고 또 筆力이 좀 나아지더라도 內容은 또 마찬가지고 結局, 들여다보면 그것은 詩였다. 가만히 보면, 人間은 遊戱的 동물이라는 데 섹스는 꼭 이성 간의 交流가 아니라도 생각을 주고받는 피스톤의 그 끈질긴 執着과 사정도 있다는 데 있다. 고모와 고모의 오라비와 고모의 아들과 고모 아들의 처와 그들의 아들과 아들의 고모 눈알이 돌아간다. 그러니까 모두 고모다.
한 편의 글을 써놓고 우리는 늘 씻어야 했다. 詩人 조말선의 詩 속 언변과 같이 詩人은 8년간 묵혀 내는 詩集을 얘기한다. 詩人의 詩歷으로 보아 글 잘못 써 그럴까, 그것의 反響을 생각한다면 名譽와 致命은 도마 위에 있음을 말이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