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2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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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2
=이영광
술 취한 남자들 마냥 싫진 않아요. 덕분에 돈을 벌잖아요. 많이는 아니고요. 새끼들이 호박 덩굴처럼 자라서 코밑까지 차올랐거든요. 남들 하는 시늉은 해봐야 하잖아요. 박대리예요. 대신이 될 줄은 몰랐죠. 훅, 하고 숨을 끊어버린 순간을 지나왔죠. 뭐, 다는 아니지만 짓궂은 분들은, 대신은 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기를, 공기알을 주물럭거리듯 운전 방해를 합니다. 세상이 거칠게 벗기려 해요. 같이 죽자고 해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는 사라지죠. 유령이 될 줄은 몰랐지만, 유령도 몸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유령의 젤로 큰 고민이 뭔지 아세요? 어떻게 하면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나도 나였던 적이 있다구요. 워커힐 막 지났어요. 이게 마지막 운행이니까, 구리 도착하면, 소주 한잔 사주실래요?
창비시선 318 이영광 시집 아픈 천국 18p
얼띤 드립 한 잔
아무래도 시인은 주량이 좀 셀 거 같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시를 떠올리는 힘은 유령까지 몰고 오니까! 이 정도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술 취한 남자들 마냥 싫지 않아요. 술은 이쪽이 취한 것 같은데 오히려 시적 객체로 돌린다. 좌측은 취하므로 취했으니까 한때 삶을 대변하며 우측은 그 삶을 연장하고 있다. 덕분에 돈을 벌잖아요. 많지는 않지만, 인세 안 있을까. 새끼들이 호박 덩굴처럼 자라서 코밑까지 차올랐거든요. 호박을 심어 보면 안다. 하루가 다르게 뻗어가는 줄기와 어디서 꽃 피는지 또 한 덩이 둥그렇게 맺어 있는 것까지 신기할 때도 있다. 문제는 내 모르는 호박도 있다는 거. 가끔 이런 호박은 더 크게 자란다. 세상 관심에 벗어나 있으니까 용량의 넓이와 깊이를 모르니까. 그러나 코밑까지다. 뾰족함 그것은 한세상의 끝자락에서 또 다른 한 세상의 끝자락을 마주한다. 남들 하는 시늉은 모조리 다 한다. 박 대리처럼 말이다. 묵을 박泊에 치거나拍 다그치고迫 벗기기까지剝 거기에다가 한테 묶어놓는 박縛은 또 어떻고 말하자면 가관이다. 남을 대신에 하는 대리代理는 유령이나 다름이 없겠다. 훅, 하고 숨을 끊어버린 순간을 지나왔죠. 뭐, 훅이란 말, 골프 용어 같기도 하고 권투 용어 같기도 하다. 이러나저러나 한 대 친 것은 분명하고 그것은 왼쪽으로 휘어져 나간 것이다. 다시 또 생명을 연장하고 보는 저 남자, 갈 길은 멀지만, 공기를 공기 알을 주물럭거리듯 운전 방해만 한다. 에구, 삼겹 주물럭에 소주 한 잔이 순간 지나간다. 미주알고주알 쏟아붓는 안개는 있어야 토는 달지 않음으로 밑바닥은 다소 깨끗함을 이룬다는 사실, 인정. 세상이 거칠게 벗기려 해요. 같이 죽자고 해요. 어린 것들이 그래도 컸다고 말이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는 사라지죠. 사람이 많으면 갑자기 조용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정신이 번쩍 들고 워커힐 막 지났어요. 군홧발로 일어나는 뿔은 잠시 잠재우며 이게 마지막 운행이니까, 버스는 더는 없을 테니까, 구리 도착하면, 나의 이상향이 닿는 곳 머무는 곳으로 구체를 형성하고 소주 한 잔 사주실래요? 사실 좀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처음부터 시작한 술이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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