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김정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해독 =김정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회 작성일 24-12-03 21:07

본문

해독

=김정수

 

 

    막내가 택배로 보내준 칡즙, 양달 냄새 진하다 야산 초입 오리나무에 한 팔 걸친 덩굴 밑으로 몰려다닌 꺼병이 쪼르르 흘러 다닌다 몸은 오래된 타이어, 길의 이력 더듬을 새 없이 무너진다 찔레나무 사이 가로지르던 유혈목이 다리에 붉디붉다 피가 곤한 날들 많아질수록 손발톱 들고일어난다 형마저 아프면 안 돼, 증상 없이 찾아온 농담이 숨을 곳 찾는다 외로운 저녁이 잔을 비우는 사이 촬영소사거리에 잠시 거처를 정한 달, 막내가 해진 타이어 갈아 끼운다 타이어 한 짝 갈아 끼워도 소리가 다르다 다 자란 유혈목이 발가락 사이로 빠져 달아난다 포행하기 좋은 밤이 간간이 찾아와 곁에 머문다

 

    혈육은 해독되지 않는다

 

   시작시인선 0326 김정수 시집 홀연, 선잠 59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해독은 독을 푸는 일 해독解毒과 풀이하여 읽는 행위인 해독解讀도 있다. 여기서는 둘 다 쓰인다. 시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생이 보내준 칡즙으로 보양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몸의 독기를 풀어내는 해독解毒과 같고 평상시 대한 동생의 마음에 비해 따뜻하게 닿는 건 풀이할 수 없는 어떤 정을 갖게 한다. 시 간간 제유로 쓰인 시어가 참 멋있게 닿는다. 가령 칡즙이라는 말도 칡 갈에 대한 갈등이 은연중에 삶의 고단함을 숨겨놓은 듯하고 양달에서 이쪽과 저쪽 모두 볕이 든 양 따스함을 드러내 보인다. 야산 초입이라는 말, 들처럼 들 가까이 보이는 언덕은 우리가 넘겨야 할 장애와도 같지만 그리 쉽게 깨우치기에는 또 수월하지 않은 것임에는 분명하고 오리나무에서 나 오에 이치를 다룬 리에 펼칠 라나 벗을 라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무에 진리를 둔다. 꺼병이, 하늘 나는 새 꿩의 새끼로 은유한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그렇다 곳곳 채울 일은 만무하다. 타이어는 신발을 상징한다. 새롭거나귀신이거나하지만 믿음이 가득한 지면에서 발한 것들은 모두 신발이다. 길의 이력을 더듬을 새 없이 무너진다. 갈등과 언덕 그리고 꺼병이에 대한 진솔한 시인의 마음이다. 찔레나무 사이 가로지르던 유혈목이 다리에 붉디붉다. 유혈목이는 뱀으로 곡선을 상징한다. 직선과는 대조적으로 시의 고체성과도 구별된다. 피가 곤한 날들 많아질수록 손발톱 들고 일어난다. 피는 겉인 피복을 은유한 것이라면 손발톱은 지갑으로 각지覺知를 묘사한다. 농담은 농담이겠지만 글의 짙고 옅음의 정도다. 촬영소사거리라는 말도 재밌다. 굳이 열거하기에는 손이 아프고 유혈목이 발가락 사이로 빠져 달아난다. 드디어 막장으로 가는 길 포행布行은 참선參禪하다가 잠시 방선放禪하여 한가로이 뜰을 걷는 길 그러니까 깨달음에 구멍이 뚫린 것이니 아니 구멍을 뚫었다고 해야 하나 에구 좋겠다. 혈육은 해독되지 않는다. 다 뜯어놓고야 마는 배 하얀 저 까치 빠끔거린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03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7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12-12
47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12-12
47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12-11
47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12-11
47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12-10
47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2-10
47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12-09
47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12-09
47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12-09
47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12-08
47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12-08
47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12-08
47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12-06
47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12-06
473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12-06
47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12-04
47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12-04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12-03
47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12-03
47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12-02
47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12-02
47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12-01
47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12-01
47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12-01
47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11-30
47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1-30
47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1-29
47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11-29
47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11-29
47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11-28
47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11-28
47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1-27
47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1-27
47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11-26
47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11-26
47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11-25
47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11-25
47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11-25
47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0 0 11-24
47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 11-24
47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11-23
47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11-23
47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11-23
47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1-22
47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1-22
47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11-22
47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11-21
47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11-20
47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11-20
47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11-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