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꽃밭에서 - 유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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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꽃밭에서 / 유상옥 꽃밭이 온통 빛투성이다 아침엔 쑥부쟁이 빛이다 줄기가 꽃이라는 낯선 품종은 안개속에선 보라색 빗금이 꽃이다 빗금 속에 양자와 전자의 수는 알 수없다 그 무게와 모양도 모르지만 오래된 벗인 양 우리의 몸에도 따스하게 핀다 물방울 속에서는 무지개로 피는데 고향을 잃어버린 이나 삶의 다리를 잃고 바라보는 가을 하늘에 아물거리는 눈물방울 속 거기 왠지 낯설지도 않고 엉뚱하여 외면할 수도 없는 오래된 약속의 말을 보는 것 같은 그리하여 유년의 꿈을 꾸는 여인 한낮이 되면 장미 동산을 거닐며 국화향 스미는 부푼 길을 거니는 나의 누이도 가을 저녁이면 비스듬하게 누운 가계부를 보면서 지하 월세 방에 꽃밭을 끌어당긴다
유상옥 시인 西北美 문인협회 <뿌리문학> 詩부문으로 등단 현재 美 오리건 Oregon州 포트랜드 Portland 거주 ---------------------------- <감상 & 생각> 꽃밭은 꽃들이 몸담고 있는 삶의 터전 아침, 저녁에 걸쳐 꽃들은 각기 저마다의 삶의 모양새로 피고 지는데 그런데, 시인은 詩題에서 왜 <낯선 꽃밭>이라 했을까? 꽃이 지닌 아름다움의 이면(裏面)에 숨어있는, 삶의 애환과 고통의 무게를 읽어서 일까? 어느 꽃인들, 무지개 같은 꿈이 없겠느냐만 동시에, 아름다움만을 말하기엔 너무 힘겨운 현실적 삶의 무게도 있을 터 하지만, 비스듬하게 누운 가계부를 보면서 지하 월세 방에 꽃밭을 끌어당기는 누이의 모습을 통해 삶이 드리우는 고통스러움과 무거움을 딛고 또 다른 소망의 삶으로 다시 꽃 피우는, 시인의 조용한 의지가 읽혀지는 詩 한 편이다 詩를 감상하면서, 새삼스레 다시 느끼는 건 모든 시인은 결국 저 삶의 변증법적(辨證法的)인 과정, 그 과정의 고통스러움과 무게를 안고도 아픈 세상을 훨훨 날아 지극히 견고하지만, 동시에 부드러움을 간직한 눈매가 된다는 것 오늘의 詩에서도, 그런 따스한 영혼의 눈매를 느끼며......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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