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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 김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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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3회 작성일 22-07-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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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 김분홍

 


    다락방에는 불빛이 없고, 책가방이 없네 다락방에는 종소리 반복이 없고 실내화 발목이 없고 성적표가 없고 청진기 후렴이 없고 교복이 없고 아령이 없네 다락방에는 바구니가 있고 바구니에는 곶감이 있고 곶감에는 감씨가 있고 감씨에는 숟가락이 있고 숟가락에는 감나무가 자라고 감나무에는 감꽃이 피고 감꽃을 줄에 꿰면 목걸이가 되고 목걸이는 개줄, 개줄에 묶인 귀뚜라미가 짖네

 

    아버지를 회상하는 사물들을 열거하면 채워지는 그 무엇, 열거하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다락방에는 있지만 없네 있지만 없는 것, 칼날 자국 선명한 책상, 책상에 음각된 어둠이 어둠을 파내면 새겨진 이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을 복원했던 목도장 테두리처럼 둥근 주발에는 제삿밥이 없고 그 테두리는 다락방에 있지만 없네 아버지를 현재에 고정시키지 못한 그 무엇, 있지만 없네 아버지를 다른 시간으로 이동시킨 그 무엇이 없지만 있네

 

    다락방에는 북극성이 없고 지킬과 하이드가 없네 다락방에는 술병의 솟구침이 없고 낮달의 환멸이 없고 성경책의 논리가 없고 엄마의 잔소리가 없고, 담배의 조언이 없고, 무지개의 오독이 없고 아홉 시의 환청이 없고 약봉지의 눈물이 없고 나도 없고 아버지도 없는데 실제로 있어야 할 나도 없고 실제로 있었던 어제의 아버지가 없네 다락방은 있지만 없네 있지만 없는 것처럼, 없지만 있는 것처럼, 다락방은 있지만 없네 모두 떠나고, 없네

 

   얼띤感想文

    요즘 집을 보면 다락을 갖춘 게 있을까, 농경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락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물건은 모두 다락에 올려놓았듯이 잘 쓰지는 않지만 또 없었어는 안 될 소중한 물건의 보금자리가 다락방이었다.

    유년의 시절에도 그랬듯이 마치 숨바꼭질처럼 숨은 공간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성인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인의 시구가 생각이 나듯이, 어른이 되어도 이 안에는 어린이가 있다고 말이다.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다락이 있다. 그 다락은 무엇일까? 있으면서도 없는 것처럼 혹은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여기며 사는 그 다락같은 것 말이다. 가령, 통장에는 돈은 없지만, 남몰래 숨겨놓은 주식 같은 것은 다락이 될 수도 있다. 다락의 꽃피는 시절을 생각하며 다락의 몰락을 보는 것도 어쩌면 인간의 욕망에서 나오는 것들이며 또 어쩌면,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과 고독을 잊으려 다락을 찾는 현대인의 몽유병 같은 것도 다락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있을 때 잘하라는 말과 같이 그 옛날의 아버지가 겪었던 고통을 우리는 십분 이해는 하였을까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로서 한 가정을 이끌 때 비로소 아버지의 마음을 알 듯이 술병의 솟구침이 없고 낮달의 환멸이 없는 성경책의 논리가 없고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그 다락 말이다.

    정부가 바뀌고 삶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역시 인간사는 고난의 역행이며 그것을 부정하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들어내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 다락은 있어야 하고 다락은 없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몰래 가져다 놓은 것들에 위안을 삼을 줄 알아야겠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실은 다락이 될 순 없다. 우리는 다락같은 꿈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가령 제1의 세계가 무너지면 제2의 세계에서 위안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무슨 개소리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에 어떤 방어적이며 준비를 다락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삶의 개척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훨씬 더 생존의 확률을 좀 더 높일 수는 있지는 않을까 말이다.

    다락의 몰락이 아니라 다락의 생성과 유지 이것으로 현실의 꿈을 보다 더 강화하고 보다 더 유복한 삶을 이끌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다락으로 인해 마음에 칼 하나 갖고 사는 삶, 다락에서 시퍼렇게 갈아보면 어떨까!

    잘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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