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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구멍을 보았다 / 박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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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8회 작성일 22-07-10 21:47

본문

이상한 구멍을 보았다 / 박상식

 


    축대가 자주 무너지던 봄, 학교 가는 길에 보았던, 땅 밑 하수관 얼었던 물이 터져 새어 나오던 이상한 구멍, 이끼 뒤덮인 바위, 검은 잠자리 따라 시내를 오르다 보면 젊어 사라졌다는 삼촌이 웅덩이 안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살을 헤치고 손을 뻗으면 삼촌은 찬물에서 건진 물고기를 입속에 흘려 넣어주는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살아서 지느러미 흔들던 물고기 내 안으로 스며들면 입술을 깨물어도 쏟아져 나오던 신음 소리, 자꾸만 아득해지는 풍경 차가운 손, 나는 하나둘 옷을 벗고 눈감지 못한 영혼의 중얼거림을 따라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 속으로 오랫동안 흘러들어 갔다 누가 나를 부르는 것일까 그러나 누가 나를 부르는 것일까 눈을 뜨면 이마 짚던 어머니, 떨어져 나온 비늘들을 말없이 쓸어 담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동네를 돌던 사진사를 불러 하얗게 입술이 마른 나를 무릎에 앉히고는 했지만 아무리 남자가 웃어라 소리쳐도 어머니 눈물만 흘리고 구름은 물 위를 흘러가고

 

    얼띤感想文

    유년기 시절, 어떤 즐거운 일보다는 오히려 아픈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살다 보면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긴다. 혹은 죽고 싶어 칼을 들거나 절벽에 내딛는 때도 있었다. 가만히 생각하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며 되뇌며 또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하며 아찔한 순간이 초침처럼 뇌막을 찌른다. 따끔거리고 아프고 부끄럽고 소름 돋는 일이었다.

    소싯적에는 세상을 잘 몰라서 또 받아들이기가 어려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인으로 바라본 무대서 실수는 대체적으로 욕심이 화근이었다. 괜한 욕심이 결국, 지붕을 뭉그러뜨리는 법이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나는,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모든 걸 단절한다. 실수는 본인이 해놓고선 말이다. 언제나 늦은 건 없고 언제나 시작은 반이다. 무엇을 하나 이루는 데 불과 몇 년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3년을 얘기했고 공병호는 10년 법칙이라는 말도 있었다. 무엇을 꾸준히 한다면 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면,

    견갑골이 이상이 오고 무릎이 금이 가는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뱀의 머리를 쥐어 틀 것인가? 아니면 이상한 구멍만 파고들 것인가? 선택은 그대가 할 것이다. ! 짧은 인생이다. 신은 그 죽음을 미리 보인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점점 가까워 왔다는 걸 말이다.

    오늘도 친구 장모의 죽음에 대한 예를 표했다. 즐비한 화환을 거쳐 검은 제복 차림의 아들과 딸과 조카를 거쳐 단상에 앉은 얼굴을 보았다. 그건 10년 아니 10년도 채 못 갈 내 얼굴일 지도 모른다. 고인께 절을 하고 친구와 가족께 예를 다하고 나는 밥상머리에 앉았다. , 구수한 소고깃국과 수육 한 접시 그리고 오징어 회무침은 빠뜨리지 않고 나오는 상갓집 음식이다. 젓가락은 한 젓가락 집었다.

    그간 단식을 꽤 했나 보다. 삼삼한 이 한 끼가 오늘을 당기는 것이었다.

    자리에 일어서, 먹다 남은 물병까지 챙기며 나는 나왔다. 담배 피우고 들어가는 친구와 마주했다. 이제 들어가네. 어머님 잘 챙기시게 피식 웃는 친구, 그래 벌써 가는 건가! 음 가야지. 일도 있는데 가서 집사람 좀 도와줘야겠지.

    언제 또 볼지 모를 친구다. 그는 국가에서 공인한 공식 사채업자이자 한 지점의 수장이라 바쁜 몸이었다. 꽤 더운 날, 그렇게 싫은 운전대를 잡으며 나는 집으로 왔다.

    2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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