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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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 송찬호
그의 지팡이는 물렁물렁하였다 질긴 동물 내장으로 만든 것처럼, 힘겹게 그는 그 지팡이를 삼켰다 벌어진 입 속으로 어두운 우물 같은, 그 지팡이가 보였다
그의 지팡이는 짧았다 그는 그 지팡이처럼 짧은 몇 개의 질문을 갖고 살았으니, 어느 해 큰 홍수에 제물로 그 지팡이를 던져보았으리라 그것으로 마른 땅을 두드려 땅 밑 항아리 같은 샘물을 찾았으리라
그의 지팡이는 술잔을 닮아 보였다 그가 그토록 그 지팡이를 마시고 싶어했으니 나는 나직이 소리질렀다 이 지팡이는 아직 따뜻해, 냄새도 훌륭하고 아직 먹을 만해!
나는 멈칫하였다, 만지면 그 지팡이 금방 늙어버릴 것 같았다 삶이란 아주 짧은 것이다 저 쓸쓸한 침상 위 싸늘히 식어버린 지팡이 나도 어느새 그 지팡이 모두 먹어버린 것 아닌가
얼띤感想文
오늘은 22年 7月 13日이다. 아침 기온이 예전과 많이 다름을 본다. 선선하다. 이상하리만치, 보통 8월이면 선선한 기온이 들고 9월이면 선선함이 극치에 이르는데 물론 아침 기온 말이다. 덥지가 않았다.
송찬호 詩人의 지팡이를 읽었다. 사실, 예전에 읽었던 詩다. 다시 읽어도 신선한 맛은 영 없지는 않다. 詩를 한 2년은 보지 않았던 터라, 머리가 굳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詩는 행가름이 되어 있지만, 보기 나름으로 단 4연으로 필사했다. 詩人께 송구할 따름이지만, 이 詩를 읽는 데는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詩題가 지팡이다. 우선 지팡이 槪念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무엇을 의지할 수 있는 도구다. 그러면 詩를 읽을 때 이 1차적 개념과 더불어 1차적 개념을 벗어나려는 운동을 해야 한다.
詩 1연을 보면 지팡이의 1차적 개념과 달리 물렁물렁하고 질긴 동물 내장으로 만든 것 그리고 삼키기까지 했으며 우물 같다고까지 했다. 그 지팡이가 보였다는 말은 詩의 認識이다. 그러니까 詩人은 지팡이 없으면 못 사는 존재다. 필자 또한 지팡이가 요즘 들어 필요한 시기가 되어 맨날 이 지랄 떨며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지팡이는 고체보다는 무형의 어떤 형질에 가깝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것이며 어떤 사람의 써놓은 교본 같은 것이다. 그 사람의 내장을 다 들어낸 뭐 일기장 같은 것 그것은 우물처럼 깊고 얼마나 화술이 좋은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것을 詩人은 지팡이로 제유提喩해두었다.
詩 2연은 지팡이의 쓰임새와 인생의 행로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그는 작가의 자신 같기도 하고 혹은 1연에서 본 그 연장선 상에서 삶을 대변한 장이기도 하다. 삶의 철학 같은, 詩로 밥 먹고 살기는 어렵지만, 굶어 죽지는 않을 뭐 그런 거 마른 땅을 두드려 땅 밑 항아리 같은 샘물처럼 詩는 왔으니까
詩 3연은 술잔은 무엇을 담을 수 있는 詩와 詩集처럼 닮아 보였다. 그가 그토록 그 詩集을 읽고 싶어 했으니, 나는 나직이 소리 질렀다. 이 시는 아직 따뜻해, 냄새도 훌륭하고 여기서 냄새는 시취다. 시취屍臭가 아니라 시취詩趣다. 그러니까 詩의 風味다. 풍미가 훌륭하다는 얘기다. 물론 굳은 개념으로 보면 시취屍臭도 맞다. 아직 먹을 만하다는 것은 읽을 만하다는 얘기
詩 4연은 만지면 그 지팡이 금방 늙어버릴 것 같다며 의인화擬人化했다. 4연은 마치 人生을 연상케 하는 절묘한 글쓰기였다. 詩集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 번 읽고 그 내용을 파악把握했다면 보통 헌신짝 버리듯 젖혀두거나 잊어버리는, 물론 有名 詩人의 詩集이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詩集 몇 권 챙겼더라도 다시 보기는 그럴 것이다. 詩集의 生命力 또한 人生처럼 짧은 것이다.
송찬호 先生의 詩는 유모가 묻어나 있다. 어떤 詩는 배꼽 잡고 웃은 일도 있었다. 요즘 근황近況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 번씩 예스24 들어가 詩에 관심일 때는 조회해 보기도 하는 몇 안 되는 詩人 중 한 분이다. 한 번도 뵙지는 못했으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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