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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혀질 때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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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2-06-05 21:23

본문

우리가 잊혀질 때 / 신용목

 


    폐허에서 어둠을 길어 와 몸의 구멍 속에 붓는다 검은 고무로 끓고 있는 바닥, 얼굴이라는 기포들-날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 터지는 눈빛들, 웃음들 서서히 꺼져가는 방 안에서 나는 낮의 외투를 벗은 밤의 알몸을 안았다 그림자를 쪼아 먹는 까마귀처럼, 어둠의 딱딱한 부리가 발라내는 슬픔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모든 빛깔의 합인 검정과 모든 풍경의 합인 어둠과 모든 슬픔의 합인 몸이 다시, 서로의 폐허를 껴안고 캄캄하게 합쳐질 때 발바닥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 같았다, 어둠의 속도로 길어지는 발자국들 팽팽하게 당겨지다 그 끝을 짚고 툭, 끊어질 때 드디어 몸 밖으로 넘치는 어둠의 주물 속으로 한 발 다음에 더 깊이 빠지는 한 발을 디딘다, 까마귀를 쪼아 먹는 그림자처럼 폐허의 발밑에는 바닥이 없다 검은 고무를 뒤집어 쓴 얼굴들이 하나하나 소리 없이 터지는 방, 우리는 발자국 속에서 끓고 있었다 몸의 마지막 구멍을 휘저으러-슬픔은 걸어서 오는가, 퉁퉁 불은 머리카락으로 휘감으며 나는 삶의 얼굴을 벗은 죽음의 표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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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띤 感想文

  늑골을 잇는 밤 

    현기증이 선풍기처럼 돈다 비가 오니까 비가 와서 땅은 젖는다 아몬드와 땅콩 호두 건포도가 담은 작은 종지는 건조하다 발아하지 못한 씨앗들-결국, 불에 구운 아니 그을음의 눈빛들, 점차 숨 죽는 네 평의 욕조 안에서 그간 묻은 시간을 벗는다 죽음의 홍시에 앉은 까치처럼, 다 파먹은 어둠을 허공은 알고 있었다 모든 감정의 합인 비움과 모든 죽음의 합인 빛깔과 모든 인식의 합인 탄생은 다시, 서로의 숲 속을 껴안고 까마득하게 증발할 때 바람의 육신은 오로지 발자국을 남겼다 노을의 풍경이 넓어질 때 바람의 힘줄은 탱탱하다 바람이 세운 가 건물에 비계를 놓고 바람의 끈을 따라가다 보면 애써 고개 숙인 바람의 심해어 다시 말하면 부디 너는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읊조리는 것 같아 주소지 없는 주물 속으로 한 층 더 가까워지고 다음은 계단을 딛는 노인처럼 무릎을 내놓는다 다만, 물속 떠다니는 물고기처럼 물의 발 밑에는 뿌리가 없다 오로지 어머니의 연민, 봉인된 달맞이꽃에 파묻은 얼굴, 그 얼굴들이 하나씩 붉은 표정 하나 없는 육각의 밤, 어두운 보행을 힘겹게 이기고 달의 슬픔을 한 꺼풀 도려냄으로써 부러진 늑골을 잇는 밤, 네가 다시 못 올 꽃차례인 줄 알면서도 아직도 갈피를 못 이룬 하얀 모시 홑적삼에 내 모가지를 따 그 피를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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