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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내 죄는 무엇일까 / 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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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6회 작성일 22-04-29 00:08

본문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낳고 젖을 주고 흙을 다지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따닥따닥 붙은 콜센터에서 상냥하게 친절하게

보이지 않아도 웃고 보이지 않아도 참아서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직업소개소를 찾으니

학력 미달 경력 없고 나이 많고 애도 있어

손가락 하나로 끌려나왔다 끌려나가도 그 자리

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아이 손을 잡고 광장에 나가지 못한다

네가 죽어도 일을 해야 해서

누가 죽어도 나는 살아야 해서

기약 없는 먼 훗날을 끌어당겨서라도

지금 살아야 해서 촛불을 들 수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쪼들려서, 악착같이, 외로움에, 죄책감으로 찌든

수척한 감정들이 들러붙어 빠져나가지 못하는

나는 파란색일까 까만색일까 붉은색일까


내가 여자를 입었는지 여자가 나를 입고 있는지

나를 찾아 출구를 더듬거리며 오늘을 걷는다만

여자의 시간은 어디쯤에 머물고 있나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감상평 :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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