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면/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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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506)
뒷면/ 백무산
한밤중 앰뷸런스 멈추던 그저께 골목집
오늘은 영구차가 다녀갔다
얼마 전 그를 본 듯한데 10여 년 누워만 지냈단다
영구차 배웅하던 자리가 금세 뒷면으로 바뀐다
보이지 않던 사람들 잠깐 앞면이었다가
뒷면엔 많은 그들이 있고 못자국이 있다
잠깐씩 부고처럼 앞면이었다가
액자처럼 뒷면에 걸린다
앞면에서 뒷면을 볼 수 없다
뒷면엔 활자도 없다
거리는 정비되고 부력처럼 떠밀려
뒷면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다시 보내진다
왜 이리 꺾어져 있을까
그제서야 알 것 같다 어디선가 보았던
열두 얼굴을 가진 관음상의 얼굴
옆에도 뒤에도 사방 얼굴을 가진 이유를
(시 감상)
아무리 잘 만든 소품이라도 뒷면을 보면 전혀 앞면과 어울리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금빛 도금을 한 액세서리의 뒷면과 같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은 앞면의 이율배반과 같은 뒷면.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늘 상대방의 앞면만 보며 살았다. 내 뒷면을 내 뒤에 숨겨둔 채. 비록 관음상의 얼굴은 흉내 내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뒷면의 표정을 의식하며 살아야겠다. 등에도 표정이 있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프로필)
경북 영천, 이상문학상, 만해 문학상, 시집(거대한 일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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