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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해 라는 구름 - 이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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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회 작성일 22-04-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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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해 라는 구름 / 이명윤

그가 사무실에 떴다 요즘 잘 지내 늘상 묻고 싶은 말 먼저 던지는 얼굴 한 점이 반갑다가도 서글프다 웃고 있지만 담배 사이로 갈라지는 한숨은 구름의 빛깔을 이내 눅눅하게 하는데 그가 기상학적으로 뜸을 들이는 사이 내일은 차차 흐려져 구름 많겠다는 일기 예보가 맞아 떨어지구나 싶고 그의 깊은 볼우물 따라 생성된 저기압의 가장자리에서 이윽고 짙은 구름이 뜬다 몇 년 전 전기회사 다니다 척추를 다친 산재판정도 받지 못한 그를 오늘도 안면에 습기로 가득 찬 그를 거절이란 바람으로 툭툭 밀치면 분명 끈 풀린 구름처럼 떠돌 모습을 생각하다 차마 대번에 거절은 못하고 대신 뭐라도 좀 해 보지 그래. 툭 한 마디 쏘고 말았는데 자꾸 찾아와서 미안타 그만 구부정 돌아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는 오늘처럼 흐린 날 노력해도 안 되는 일 있다는 거 저 친굴 보면 다 알면서도 배운 거나 있으면 저 나이에 힘쓰는 거 말고라도 앉아서 깨작깨작 할 수 있는 일 있을 텐데 이도저도 앞이 안 보이는 저 친굴 보면 쨍하고 해 뜰 날은 유행가 가사 속에서나 뜨고 질 일인데 오후 늦게부터 비 내리고 퇴근 길 선술집을 지나다 마침내 쭈르르 흘러내리던 그를 보았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는가 보다, 저 구름 거리엔 비를 피해 걷는 사람들 어디선가 불어 온 바람, 우산을 잡아끌자 어깨위로 추적추적 찬비가 젖어 오는데 운이 좋아 간신히 우산 하나 붙잡고 살지만 나 역시 구름인 날 많았다 많았다 중얼거려도 자꾸만 그의 눈이 글썽글썽 달라붙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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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시안> 시部門으로 등단 <전태일 문학상>,<수주 문학상>, <민들레 문학상>,<솟대 문학상>受賞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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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오늘날 우리들의 치열한 경쟁적인 삶에 있어 더욱 슬퍼지는 건, 삶의 현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인 거 같다 하긴, 저마다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저 <치명적인 인간 부정(否定)의 길>을 걷게 하는데 대해서 아무도 이의(異意)를 제기하지 않는 이 황량한 세상에 우리들의 삶이 이미 익숙하게 길들여져 자리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일이기도 할 터 그런 <서글픈 존재로서의 삶>을 향한 눈물 그렁한, 따뜻한 연민(憐憫)이 느껴지는 시 한 편이다 이 시의 기저(基底)엔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視線)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시선이 곧 이 시를 이루어가는, 동력(動力)이기도 하고... 시를 감상하니, 다음과 같은 생각도 든다 이 막장 같은 시대에 시를 쓴다는 일이 꼭이 허황된 일만은 아니라는 상투적인 믿음을 미련하게 지니고 싶어지는 건, 견고한 인간상실의 어둠을 뚫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싶음일까 이 시대에 있어 그나마, 시를 쓴다는 일이 가장 인간다운 일인 것 같기에 말이다 한 생각 더 꼽아 보자면.. 시인의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意識의 확대는 시인 자신이 스스로의 존재를 믿고 있는 한限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인간 본연本然의 참모습을 확인하는 작업일 것이다 오늘 날, 한국 시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시인 자신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점차로 희미해진다는 점일지도 모른다는 (위의 詩를 쓴 시인은 말고) 하여,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이지만) 요즈음의 첨단을 걷는 시들을 보자면 실제의 삶의 호흡과는 괴리가 있는 시들도 많은 거 같다 바라건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의 관조觀照가 우리들에게 새로운 生을 현상現象케 하는 원리를 제시하면 좋겠단 생각도 감히 해보면서...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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