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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의 값을 묻다/이희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1회 작성일 21-09-26 20:20

본문

  도끼의 값을 묻다




  이희중




  본디 이 연장은

  서 있는 큰 놈을 억지로 ​눕힐 때나

  누워 있는 큰 놈을 세로로 쪼갤 때 쓴다


  처음 알 때부터 이 연장을 무서워한 나는

  아마도 이 연장의 쓸모를 오해하거나 과장하는 사람

  아니면 스스로를 큰 놈 또는 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


  나무의 공포를 타고난 사람

  전생이 나무였는지도 모르는 사람

  후생이 나무일지도 모르는 사람


  피의 온기를 지키려고, 땔감을 장만하려고

  햇살조차 차가운 산 바깥

  면 소재지 길가에서 도끼의 가치를 묻는다

  쇠붙이를 파는 젊은 여인은 이미 거래에 능숙하고

  이 연장을 오해하는 나는 미숙하고 불편하다


  - 숫돌에 갈아서 써야 하나요

  - 꼭 그럴 필요 없어요


  그렇겠지, 이 연장은

  긋거나 자르거나 깍거나 다듬거나 미는 무엇

  이 아니라 내리치는 무엇

  칼보다는 망치의 혈족

  벼린 날은 오히려 번거러울 따름


  자주 산마을에 들어와 자게 되면서 난생처음

  내 몸은 도끼를 든다, 본다, 들어본다, 흔들어본다


  젊은 주인은, 사로잡은 사나운 짐승의 눈을 가리듯

  종이봉투로 날을 감싸고

  다시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건넨다


  - 난, 나무를, 이미 죽은 나무를 쪼갤 때만 쓸 거요,

  말하려다 그만둔다 


  -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에서, 2017 -





- 분명 일상의 일을 글로 적은 것 뿐인데,

  뭔가 깊은 것이 나를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시다.

  시가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범행현장을 떠날 수 없는 형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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