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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삶/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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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2회 작성일 21-10-02 18:36

본문

  네가 없는 삶




  황동규





  아픔이 없는 삶은 빈 그릇이다

  라고 네가 말했을 때

  우리는 천천히 저수지를 돌고 있었다.

  앞 벼랑 끝에 V자형 진달래꽃 뭉치

  뛰어내릴까 말까 아슬아슬 걸려 있고

  저수지 수면은 온통 새파란 물비늘,

  아주 정교히 빚은 그릇일 수도 있겠군, 나는 생각했다.


  네가 없는 삶은 빈 그릇이다

  라고 말하려다 화들짝 놀란다.

  수위(水位) 낮아진 저수지에 어느샌가 가을이 깊어

  색채들이 모두 나무에서 뛰어내려

  물가까지 내려와 누워 있고

  아예 물속에 든 놈도 있었다.

  마지막 순간 마음 돌려

  물가에 서 있는 술병도 있었다.


  물새 한 마리 쓸쓸히 자맥질하고 있는 물에는

  물속 땅에 박힌 건지 물 위에 뜬 건지

  조그만 배 하나 멎어 있고

  하늘이 통째 빠져 있는 수면엔

  밝은 조개구름 한 떼가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가까이 사람 소리

  아끼듯 조용히 나누는 말소리, 한참 잠잠하다

  이윽고 차 떠나는 소리.

  물새 어디 갔나, 자취 없고

  조개구름 흘러가버리고

  무덤덤히 배가 혼자 떠 있다.


  - 시집 <사는 기쁨>에서, 2013 -






- 그냥 읽기만 해도 좋은 시다.

  읽는 순간, 시 속으로 들어가버리게 된다.

  깊은 가을, 깊은 시를 읽으며 빈 그릇 같은 내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그 빈 그릇에 마지막까지 채워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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