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문장이라면/이종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우리가 문장이라면/이종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21-11-24 18:41

본문

  우리가 문장이라면 




  이종민





  내가 쓴 한 문장을 네가 읽으면 두 문장이 된다

  혼자 지나던 길을 함께 걸으면 보리수가 산수유가 된다

  정박한 배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 것도

  뱃사람들은 목장갑을 배 위에 말린다는 사실을 안 것도

  함께였던 도시에서의 일이다


  입에 맞는 반찬을 아껴 먹는 습관이 나에게 있고

  생선 가시를 잘 바르는 너는 흰 스웨터를 걸치고

  예쁘다고 말하면 점점 예뻐질까봐

  나는 오이무침만 먹어서 그냥 생선이 많이 남았다

  맛있는 반찬을 먼저 먹는 습관이 네게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도시를 떠나고 한참 뒤의 일이다


  코 고는 소리를 네가 듣다 잠이 들면

  그 숨소리를 자다 깬 내가 듣는 도시

  화창한 햇빛 아래 손차양을 하고 자동차를 주차하고 시멘트 자갈을 밟으며

  점심으로 갈비탕은 어때

  말해놓고 낙지볶음을 먹으러 가는

  미래를 상상한 것도 도시에서의 일이다


  너에 관한 기억만 모아도 일생이 될 거야

  라고 말하면 거기서 끝나버릴까봐

  옆에 두고서도 너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는 함께일 수 있으니까

  그날 한권의 책을 소리 내어 다 읽었다

  내가 읽은 문장이 네가 들으면 한 문장이 되지 않아도

  우리를 주어로 삼으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 시집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에서, 2021 -







- 전혀 모르는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오늘 다 읽었다.

  전혀 모르는 내용을 알려고 읽었다.

  그러나 알려고 할수록 어려워지는 게 시.

  그냥 밥을 먹듯, 반찬을 젓가락으로 입에 넣듯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 시 하나를 내 저녁 밥상 위에 올리게 되었다.

  이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저녁이라는 생각이 내게로 들어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4건 46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0 0 11-24
2663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 11-23
26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0 11-22
26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1 11-21
266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1 11-20
265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2 0 11-19
265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4 1 11-18
26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 11-15
265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1 11-15
26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0 11-15
265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 0 11-13
265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 11-12
265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1 11-11
26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1 11-10
26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7 1 11-09
264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 11-08
264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 11-07
264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3 1 11-07
26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11-03
264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1 11-03
26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 11-02
26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0 11-01
264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 10-31
26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1 10-30
2640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 10-30
26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1 10-29
263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1 10-27
263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0 10-26
263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10-26
263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0 10-25
263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10-24
263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1 10-23
263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 10-22
263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4 1 10-22
263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1 10-21
262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10-19
262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 10-18
262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10-17
262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0 10-15
262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0 10-11
262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0 10-11
262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 10-10
26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 1 10-09
262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 10-06
262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0 10-04
2619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0 10-02
261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1 10-02
261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1 09-30
261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1 09-28
261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0 09-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