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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개미/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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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1회 작성일 21-08-14 17:01

본문

  개미 




  이경림





  첫새벽,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보았다

  어떤 묵언처럼

  곰곰 지나가는 당신을


  문득 달려든 형광 빛도

  천길 위에서 내려다보는 한 시선도

  상관없다는 듯 그저

  가지런한 속도로 지나가고 계셨다


  형용을 알 수 없는 쬐그만 얼굴로

  털실 보푸라기 같은 다리로

  끊어질 듯 가는 허리로

  집채만 한 허공을 지시고

  

  거대한 식탁의 다리를 지나

  의자 다리를 돌아

  내용 없는 상자의 긴 모퉁이를 돌아

  바싹 마른 걸레 위 울퉁불퉁한 길을 힘겹게 지나

  얽힌 전선들 사이로 난 끈적한 길을

  다만 지나가고 계셨다


  발소리 하나 없었다

  한번 뒤돌아본 일도 없었다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 길이셨는지

  눈 깜박할 사이 거대한 은빛 냉장고 밑으로 사라지셨다


  잠결이었다

  오줌 누러 갔다 오는 몇발짝 사이

  어떤 미친 시간이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으로 

  달려가는 사이

  글쎄 백년이 지났다고!


  - 시집 <급! 고독>에서, 2019 -




-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겐 백 년이, 또 누군가에겐 단 일 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바라보는 개미가 점처럼 보이듯,

  나라는 존재를 저 우주에서 내려다본다면 또한 점처럼 보이리라.

  관찰력이 없으면 시인을 못 한다더니,

  오줌 누러 갔다 오는 순간의,

  시인의 관찰력과 직관이 가히 숨 멎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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