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시집 읽기/양애경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기 시집 읽기/양애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5회 작성일 21-08-21 18:47

본문

  자기 시집 읽기 




  양애경





  참 이상하다

  새로 나온 내 시집을 무심히 들고

  한두 페이지 넘겨보다가

  첫장부터 끝장까지 읽고 말았다

  그러곤 혼자 흑흑 느끼며 운다

  거기에 '내가 슬프다'고 쓰지 않았는데

  '나는 운다'라고 쓰지도 않았는데

  요즘 상당히 신랄하고 꼬여서 어머니까지도

  '그땐 너 지금보다 순수했지'라고 말할 정도인데도

  다 정리된 그 감정들을 읽으며

  운다 독자들도 울지 않을 텐데 그래 그러니까

  작자니까 우는 거겠지 그러면

  중학교 1학년 때 청소년회관에서 5원 내고 본

 「국군은 말한다」  뭐 그런 영화에서

  주인공의 전우쯤 되는 사람이

  총을 맞고 막 울면서 8분쯤 걸려 죽을 때

  관객인 우리, 중학생들이 막 웃었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걸 울며 찍었을지도 모르겠다

  독자들은 픽 웃고 마는 시들을 보고

  나 혼자 눈시울이 시큰,

  그렇게 된 건지도 몰라 나도 늙어가는 걸까

  그래서 나는 전원을 넣고

  워드프로세서로 '나는 운다'고 쓴다

  그리고 드디어 눈물이 말라서

  응 그래 맞아 난 요새 잘 울지 않잖아라고 속으로 뇌이면서

  머리를 묶은 고무줄을 잡아당겨 뽑고 지퍼를 열어 티셔츠를 벗고 양말을 벗어 던지고 방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눕는다

  그리고 메말랐음 약간 안도하며

  마른 흐느낌을 두어번 더 흑, 하고 내어보고는

  뺨에 한쪽 손을 대고

  잠이 든다.


  - 시집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에서, 1997 -






- 과거의 시는 이미 정리된 내 감정과 분위기가 박제되어 있는 것인데,

  세월이 흐른 어느 밤중에 다시 꺼내어 읽어 본다면 또 다른 내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남은 웃으며 지나갈 글과 말도 

  속사정이 생각나면 흑, 하고 우리는 흐느낀다.

  그래서 '자기 시집 읽기'를 '자기 마음 읽기'로 바꾸어 읽어 본다.

  시인의 잔잔한 기억이 시를 통해 내게로 온다.

  가을이 문 밖에 서 있는 이 저녁, 이런 시가 좋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4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61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0 09-25
261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0 09-24
261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0 09-23
261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09-22
260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 0 09-20
26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8 1 09-20
260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1 09-19
260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0 09-18
26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 09-17
260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 1 09-15
260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1 09-14
260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0 09-14
260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 09-13
260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 0 09-12
259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 0 09-10
259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 1 09-10
259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 09-09
259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9-07
259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 0 09-06
25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0 09-06
259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1 09-04
259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0 1 09-03
259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8 0 09-02
259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1 09-01
25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 0 08-30
25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08-30
258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08-29
258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1 08-29
258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 08-28
258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0 08-28
258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1 08-27
258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1 08-25
258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9 0 08-24
258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 08-23
25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 08-23
25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4 1 08-22
2577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 08-21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0 08-21
257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0 08-20
257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 08-19
25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1 08-18
257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08-18
257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 08-17
25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1 08-16
25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 08-16
256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7 2 08-14
25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0 08-14
2566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 08-14
25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0 08-12
256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4 2 08-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