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회억을 꺼내는 =엄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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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회 작성일 23-04-04 14:08본문
낡은 회억을 꺼내는
=엄혜숙
내 몸 사위에 정찰 드론을 띄운다 생각이 출몰하는 저점 언어가 파생하는 발자국의 경계쯤에서 거친 필법의 어두운 덤불 같은 서랍에 민트꽃 만한 가물거리는 기억의 흔적 건져 올린다 거리는 바쁘고 생이 속절없이 기울어가는 길목 헝클어진 사거리 지나 바다를 통째 옮긴 방에서 우리는 만났다 오래된 책시렁의 서책을 세월 밖으로 풀어내어 물컹거리는 그때의 낡은 회억을 꺼내며 단단히 닫힌 호두의 연한 속살을 몰래 읽는다 해물찜 속에 질식된 새우의 각질을 씹으며 전우의 굳어진 세월은 식지 않고 뜨겁다고 한때 우리도 비에 젖은 전사였기에 달력의 까만 숫자들이 돌무덤처럼 쌓여 둥글어진 서로의 몸에 유리된 엉겨 붙은 껍질, 내면의 소리 없는 발자국을 잃는다 드론의 눈으로 오래된 호두알이 말랑거리는 자리에 뭉툭한 발효된 정을 꽃물처럼 꺼내는 저녁
얼띤感想文
낡은 회억은 한때 추억, 한 자락이다. 총 여섯 문장으로 이룬 시다. 문학적 모임에서 호두알 같은 시를 논하는 일은 그 발자국의 파생과 박하(민트)꽃 덤불을 확인하는 일 그것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바다에 대한 표류로 하나의 섬에 대한 출정과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때는 그랬다. 시렁을 하나 집어서 수저와 포크 그리고 칼을 집어 들고 헤쳐 놓는 일은 역시 따끈한 해물찜에 비정할 만하다. 새우와 전우의 맛깔스러운 언어적 유희도 본다. 역시 글은 새우에 비유할만한 절지다. 그 껍질을 다소곳이 벗겨내면 통통 알찬 살 붉어져 있으니, 우리는 사실 그것을 먹어야 한다. 그것을 먹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살아야 한다. 그것도 바르게 위험에 대한 인식과 불안을 잠재우는 일 내일은 모르니까 근 동굴 같은 속 어둠을 밝히는 일 그것은 횃불 같은 시 읽기만이 살아 있다면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종의 굿이나 다름없는 일인 것을
드론이 뜬다. 호두 알 하나가 홀라당 벗겨진 채 뭉툭한 정 하나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에그머니나, egg money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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