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불성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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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불성
=황인찬
사랑하는 동물들 인간들 다 떠날 때까지
나는 너무 오래 살았구나
모르는 개 모르는 아이 모르는 부모가 공원을 걷는다
그들은 가족처럼 가깝다
그러다 짧은 산책로를 벗어나면 멀어지는 사람들
홀로 남는 개가 하나
사람들은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자신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개는 또 사람을 쫓고 또 잠시 가깝고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예전에 누가 물었다는데
홀로 남은 개 한 마리가 이쪽을 보고 묻는다
거기서 혼자 뭐하시냐고
그냥 숨쉬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네
문학동네시인선 194 황인찬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095p
얼띤 드립 한 잔
구자불성狗子佛性은 불교의 선문에서 전하는 화두다. 개도 불성이 있다는 말, 불성佛性은 진리를 깨달은 부처의 본성이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은 불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생각이 있으니까 시를 읽는다. 생존에 대한 본능 또한 자연의 순리겠지만 죽음을 위해 달려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고자 하는 욕구는 개미와 벌레까지도 있으며 거기다가 알을 슬고 종족보존을 위한 의무까지 지녔다. 인간과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동물들, 인간들 다 떠날 때까지 나는 너무 오래 살았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것은 나 홀로 남겨진 것이 된다. 혼자가 되었다는 것, 고독이 밀려올 것이고 더 나가 공포와 두려움까지 갖게 될 것이다. 이 순간 바다 거북이를 생각한다. 바다 거북이는 늘 홀로 생활한다. 망망대해 바닷속 오로지 바다 풀을 찾고 뜯고 먹으며 간혹 섬에 올라 알을 놓고 다시 바다로 간다. 때가 되면 다시 섬에 올라 안식을 맞는다. 홀로 지내는 삶에 더 익숙해야겠다. 모르는 개 모르는 아이 모르는 부모가 공원을 걷는다. 그들은 가족처럼 가깝다. 위치한 것으로 보면 그렇다. 마음까지는 가족도 공원의 아이 공원의 개 공원의 부모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다 짧은 산책로를 벗어나면 멀어지는 사람들 홀로 남는 개가 하나, 익숙한 곳에서 멀어지기라도 하면 물어뜯기고 마는 인간성, 사람들은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자신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나름 살아가는 것으로 본다면 다 생각은 있을 것이다. 개는 또 사람을 쫓고 또 잠시 가깝고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늑대에서 개로 변이한 것도 어쩌면 굶주림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앞섰을 것이다. 이래 죽어나 저래 죽어나 우선 먹고 보자는 일이다. 홀로 남은 개 한 마리가 이쪽을 보고 묻는다. 거기서 혼자 뭐 하시냐고, 그냥 숨 쉬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그냥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깨어 있으니까 그것마저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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