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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화석에 관한 고찰 =이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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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4-11-23 20:57

본문

붕어 화석에 관한 고찰

=이중동

 

 

붕어가 관 뚜껑을 열고 헤엄쳐 나온다

노란 붕어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거리를 유영한다

지느러미가 흔들리자 거리는 한순간 물길이 된다

물길이 거세지자 가로수가 뿌리째 뽑힌 채

연못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거처를 잃은 새들도 날개를 접고 연못으로 뛰어든다

지느러미가 돋은 새들이 물속을 헤엄친다

거리에 늘어선 가게들이 종종걸음을 친다

진열대 안 마네킹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 화장을 한다

해장국집 창문들이 뼈다귀를 쏟으며 덜컹거린다

국숫집 처마들이 면발을 늘리며 거리를 측량한다

평수를 늘려 가던 부동산119가 계단을 급히 오르내린다

부활한 예수를 매단 교회들이 하늘에서 춤을 춘다

돋보기를 고쳐 쓴 안경점이 길을 읽는다

골절된 거리를 판독한 정형외과가 목발을 짚고 절뚝거린다

증권거래소가 지폐로 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길을 잃은 자동차는 전속력으로 연못 속을 달린다

순찰차도 연못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수초를 입은 사람들이 컴컴한 연못 속을 헤엄친다

집들이 연못 위에 둥둥 떠다닌다

행인을 잃은 가로등이 물가에서 저녁을 밝힌다

연못 속에서 저녁연기가 피어오른다

빵틀에서 나온 붕어들이 허기의 물바다를 누비며

어둠 속을 달음질치고 있다

 

   시작시인선 0514 이중동 시집 보헤미안을 기다리는 저녁 44-45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붕어 화석에 관한 고찰은 강시가 어떻게 풀어지는지에 대한 깊게 한 번 생각을 가져보는 한 편의 글쓰기다. 붕어라고 하면 임금의 죽음, 승하를 뜻한다. 무너질 붕에 다스릴 어로 내려앉는 마음을 조명해 본다. 화석은 시의 고체성을 대변하지만, 꽃을 풀어 헤쳐보는 맛도 있으니 꽃 화자에다가 풀 석에 비춰보는 것도 괜찮겠다. 붕어가 관 뚜껑을 열고 헤엄쳐 나온다. 관은 어느 쪽을 지칭할까? 이쪽도 저쪽도 모두 관이다. 시체를 넣을 수 있고 시체를 담을 수 있는 널 관은 아무 때나 작용하는 것은 아니겠다. 독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노란 붕어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거리를 유영한다. 노란虜亂 포로를 뜻하는 노에서 어지러울 란물론 밥그릇으로 노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붕어가 깔린 것은 분명하고 그 붕어가 어떤 상태를 이루는지 묘사한다. 지느러미가 흔들리자 거리는 한순간 물길이 된다. 지느러미는 몸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헤엄쳐나가게끔 기능을 한다. 물길은 수로며 로마다. 물길이 거세지자 가로수가 뿌리째 뽑힌 채 연못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방향을 지칭하며 수는 나무를 뜻한다. 왼쪽이 죽음을 상징한다고 여러 번 기술한 바 있다. 오른쪽은 삶을 대변한다. 연못은 시 주체와 시 객체 사이에 놓인 합일점을 이루는 곳 나쁘게 말하면 사고의 하치장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다. 이하 연못에 대한 언급은 더 나열하고 있다. 그러니까 거처를 잃은 새들도 지느러미 돋은 새들까지 여기에 거리에 늘어선 가게나 하모 길을 잃은 자동차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도 있으며 집들이 둥둥 떠 있기도 하다. 또 진열대 안 마네킹처럼 다리를 꼰다거나 화장하는 것과 해장국집 뼈다귀 고아 한 그릇 하는 것처럼 국숫집 처마의 면발을 늘리는 것도 이에 평수를 늘려 계단을 자처하는 이까지 여기에 골절된 거리를 판독하듯이 정형외과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삶을 대변하는 것과 증권거래소 통한 지폐의 움직임이 그냥 내게 쏟아진다면 마음은 평정을 이루겠지만 또 평정이 일지 않은 그곳에서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고 그것은 마치 빵틀에서 나온 붕어들처럼 허기의 물바다를 누비며 어둠 속을 달음질치는 것을 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시가 뭐 자동 재생산이라도 되듯이 쿡쿡 찍어대는 사회에 우리는 있다는 것과 같다. 매일 사건 사고는 일어나고 그 사건 사고가 없어도 마음은 평정을 이루는 때는 드물기도 해서 늘 요동치는 때 순간순간을 다루어야 하는 현대인의 삶이 거기에 있으니까. 붕어 화석에 관해서 심도 있게 생각을 가져본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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