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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 조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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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1회 작성일 21-06-21 05:17

본문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 조온윤


할머니가 있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판대 위 물고기 눈알처럼

죽어가면서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

그 아득한 세월의 흔들의자에 앉아 여전히

이승의 장경을 관망하고 있는


아무르 강가에서 늙고 지친 호랑이가

밀렵꾼들에게 가족을 잃은 마지막 호랑이가

수면 위로 얼굴을 비추는 순간

마르고 거친 혓바닥을 내밀어 적시는 순간

늙은 호랑이는 마주하게 되지

마지막 할머니를


초원 위를 뛰어가는 사슴들을 멀리서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는 위구르족 여자의 시선을

그 시선의 수심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어서

심해어의 눈처럼

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무언가 보고 있겠지만 무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초점이 없어도 자전하는 지구본처럼


물고기의 눈알이 빨간 국물에 적셔졌다면, 지금쯤 식탁 위에서

눈알을 도려내면 어두컴컴한 하수구를 어디쯤에서

삼켰다면 고래의 뱃속에서

여전히 관망하지

세계를

그곳의 공감각을


머지않아 모든 할머니들이 사라진 시대가 온다고 해도

목을 축이러 찾아간 아무르 강가에서

저 멀리 초원 위를 뛰어다니는 사슴들밖엔 바라볼 수 없다고 해도


호랑이는 그 눈을 죽는 순간까지 기억하지

죽은 뒤에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

흔들의자는 혼자서도 오랫동안 흔들거리지


*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소 감 >


화자의 시선은

그 아득한 세월을 흔들의자에 앉아 죽어가는 물고기의 눈얼처럼 이승의 

장경을 관망하는 초라한 할머니의 모습과

아무르 강가에서 밀렵꾼들에게 가족을 잃은 늙고 지친 마지막 호랑이가 

수면 위로 혓바닥을 내밀어 얼굴을 비추는 순간의 모습이 겹치게 되고

초원 위를 뛰어가는 사슴들을 멀리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위구르족 여자 

에까지 전이 확산 되면서 상상의 폭은 호기롭다 (요나의 성경이야기등)


새벽 이슬 머금은 꽃잎 같고 앵두 같던 젊은 시절의 할머니, 

맹렬히 힘차게 아무르강변을 누비던 젊은 시절의 호랑이, 

이제는 늙고 지친 모습으로 삶에 대한 애착도 후회도 없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공감각 속에 바람처럼 지나버린 세월을 가판대 위 물고기 눈알처럼 초점을 잃고 

흔들흔들 그저 더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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