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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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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6회 작성일 21-06-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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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박성우






산마루 넘어가던 눈발들이

그만 쉬어가자 쉬어가자,

산마을에 든다


더는 못 가겠다고

절벅절벅 주저앉는 눈발들


가쁜 숨을

가쁜 걸음걸음을

산마을에 부린다

하루 건너 사흘 나흘 닷새

길은 끊기고


밤새 고라니가 다녀갔다


똥글똥글

콩자반 같은 똥을

상사화 지던 처마 밑에

찔끔 누고


무청도 언 배춧잎도

없는 사내의 집을

순하게 다녀갔다


까마득 고픈 눈빛만

말똥말똥

까맣게 두고 가서


눈발도 그만 순하게 지나갔다


-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에서, 2011 -











 * 순한 시다.

   순한 저녁에 순한 시를 읽으며 순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고라니처럼.

   우리 집에도 고라니 다녀갈라나, 

   현관문을 가만히 열어 두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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