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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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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감자싹/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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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6회 작성일 21-06-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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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싹 





최영숙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

찬장 속에 박혀 있던

세 개의 감자에 싹이 났다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감자싹의

성분은 솔라닌이다 물에 녹지 않아

호흡중추나 운동중추를 마비시킨다고 사전에는

씌어 있다 햇빛도 양분도 없는 곳에서

감자는 어떻게 싹을 틔울 마음이 들었을까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된다,

침묵도 어느 땐 필요한 법이다, 그런 것이었을까

비죽이 솟은 노란 싹이 꼭 뿔 같다

제 몸에 뿌리를 박고라도 번식하고 싶은 발아 그 슬픈 정수리

무엇을 찌를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내 마음이 나쁘다 이를테면 찬물에 온통 머리를 처박아도

빠지지 않는 사랑 같은 것 추억 같은 것

다 잊어도 나만은 안 잊는다 그런,

잊혀지고 낡아진 꿈을 밀어올리느라 품게 된

독 같은 것 질겨진 혓바닥 같은 것

그 다음에 오는 눈물이라는 것......

감자싹을 도려내는 손길이 아리다

깜깜중에도 눈뜨고 싶은 덩굴 속마음, 내가 너를 버리다니

사랑 평화 그리움 무엇보다 손 뻗어 잡아보고 싶은 푸른 하늘

주섬주섬 싹눈을 주워 흙에 옮긴다 잘 자라 다시 만나자


 -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에서,  1996  -










  * 2003년 43세의 나이로 타계한 시인의 시는 언제 읽어도 아프면서 아름답다.

    독성과 생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감자싹,

    그러나 시인은 슬픔도 힘이 될 때가 있다 한다.

    '잘 자라 다시 만나자'라고 시인은 마지막으로 말한다.

    다시 삶과 만났기를, 잠시라도 푸른 하늘과 손잡고 쉬었기를......

    이렇게 시는 삶이 되어가고 삶은 시가 되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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