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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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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7회 작성일 21-07-03 17:03

본문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에서,  1978  -








 * 오래전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 시간에 이 시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었다.

   먼지 날리고, 추운 작업장에서도 이 시는 줄곧 나를 붙들어 주었다.

   이 시를 생각하며 나는 사랑을 다짐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 사랑은, 조그만 사랑 노래는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처럼,

   땅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있다.

   조그만 내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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