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돌 / 나희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뜨거운 돌 / 나희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21-05-12 09:18

본문

뜨거운 돌

나희덕


움켜쥐고 살아온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놓고 펴보는 날 있네
지나온 강물처럼 손금을 들여다보는
그런 날이 있네
그러면 내 스무 살 때 쥐어진 돌 하나
어디로도 굴러가지 못하고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는 걸 보네

가투 장소가 적힌 쪽지를 처음 받아들던 날
그건 종이가 아니라 뜨거운 돌이었네
누구에게도 그 돌 끝내 던지지 못했네
한 번도 뜨겁게 끌어안지 못한 이십대
화상마저 늙어가기 시작한 삼십대
던지지 못한 그 돌
오래된 질문처럼 내 손에 박혀 있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세상과 손잡고 살았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글을 쓰기도 했네
문장은 자꾸 걸려 넘어졌지만
그 뜨거움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쓰던 밤 있었네
만일 그 돌을 던졌다면, 누군가에게, 그랬다면,
삶이 좀더 가벼울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 뜨거움이 온기가 되어
나를 품어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네

오래된 질문처럼 남아 있는 돌 하나
대답도 할 수 없는데 그 돌 식어가네
단 한 번도 흘러넘치지 못한 화산의 용암처럼
식어가는 돌 아직 내 손에 있네



ddc4459be474c1466b03afeea24756f1_1620778804_56.jpg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야생 사과
         시론집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감상>

갑작스레 다가온 나희덕 시인의 <뜨거운 돌>이라는 시에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마지막 연의 식어가는 돌에 공감을 해서일까??

모든 것이 내려가고 멀어져가고 작아져가고 가벼워지고 식어가는 나의 현실에서 다시 한번 반추해보는 뜨거운 돌은 선명한 꿈처럼 뇌리를 파고들게 한다. 누구나 가졌고 누구나 그려보았을 이십 대의 펄펄 끓는 돌을 조금이라도 더디 식게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식어가고 있음을 기억하기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뿐 아니라 많은 시인들의 변함없이 이어지는 시작(詩作)은 잠시 휴화산었을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분출할 수 있는 화산의 용암이리라 믿는다. 손바닥은 식어 굳은 살이 박혔겠지만 마음은  용암은 아니더라도 꽃처럼 활짝 웃는 지금이었으면 좋겠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5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41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1 06-14
24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1 06-14
241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1 1 06-13
241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1 06-13
2409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4 1 06-12
24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1 06-11
2407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1 06-11
240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4 1 06-11
24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4 1 06-10
2404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0 0 06-10
240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 06-09
240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 06-08
240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0 06-07
2400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1 06-07
239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 06-07
23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0 06-07
2397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 0 06-06
2396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1 06-06
2395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 1 06-06
239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 06-04
23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1 06-04
239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0 06-03
2391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 1 06-03
239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 06-02
23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 0 06-01
23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3 0 05-31
2387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4 0 05-30
238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 05-30
238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 05-28
238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9 0 05-27
238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5-26
238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 05-25
238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 05-24
238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0 05-24
237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4 0 05-23
23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0 05-22
237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0 0 05-21
237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05-20
23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 05-19
237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5-18
23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1 0 05-17
237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 05-17
23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 05-17
23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 05-16
23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5 0 05-15
23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0 05-14
23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 05-13
236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0 05-12
열람중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0 05-12
23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0 05-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