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의 유언/민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세바스티안의 유언(遺言)
민영
내 키보다도 높이 자란
결박의 이 나무.
이 나무는
내 영원한 피의 종교다.
악령(惡靈)의 화살에
육신은 꿰뚫렸어도
이 아침,
나무에 건 믿음만으로 길을 떠난다.
언제 오느냐고
묻지는 마라!
- 시집 <용인(龍仁) 지나는 길에>에서, 1977 -
* 확실히 옛 시는 추상 같은 정신이 깃들어 있다.
요즘 잘나가는 어느 젊은 시인이 인터뷰에서
그의 시가 너무 어려워 읽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독자의 말에,
"당신은 백석, 김소월 등의 시만 알고 있어서 그렇다.
시도 많이 변했으니 새로운 시에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변화된 시대에 변화된 시를 읽고 거기에 적응도 해야 한다.
그러나 옛 시든 요즘 시든 시는 시로서의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름 아닌 올곧은 정신이다.
육체에 정신이 없는 상태가 바로 주검이듯,
정신이 없는 시는 이미 죽은 시다.
물론 정신 과잉은 경계해야겠지만.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