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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의 유산/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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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9회 작성일 21-04-10 19:09

본문

산양의 유산 






이병일







내가 잃어버린 침구는

희고 아름다운 불면증을 가진 자작나무숲인데


자정 이후 나는

저 퍼붓는 흰 빛이

텅 빈 골짜기로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내 그림자를 쫓아와

내 짧은 목을 와락 쑤시는 검은 털의 스라소니,

첩첩하게 더운 숨을 뚝, 뚝 부러뜨린다

목이 달랑거리고,

줄줄이 내장 뜯길 때까지

나는 잠들지 못했다


이 겨울밤은 침침한 비명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나는 흰 빛이 숲을 표백시키고

뿔의 테두리마저 녹이는 소리를 들었다


침묵하고 있는 음침한 바람 계곡이

나를 검불로 헤집었지만

나는 입술을 달싹이며

이끼 낀 밤을 위해 기도했다


흰 빛을 좋아하는 것들은 꼭 겨울밤에 죽었지만

사실 나는 흰 빛이 눈 속에 가득 차서

숲의 불면증 속으로 들어가보지 못했다



 - 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에서, 2016 -











* 이 시를 몇 년 전에 읽었지만 전체 내용보단 하나의 하얀 이미지만 남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내 기억에겐 좋은 시다.

  제목의 산양은 어느 구절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시 전체의 이미지로 작동하고 있다.

  불면증, 산양, 자작나무숲과 대비되는 스라소니에 이르러, 시는 절정을 맞는다.

  그리고 산양의 유산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그림자처럼 흘리며 시는 

  자작나무숲의 불면증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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