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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를 꿈꾸며/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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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4회 작성일 21-04-15 09:26

본문

 헤밍웨이를 꿈꾸며 






 마종기 







 그랬지. 나는 늘 떠나고 싶었다. 가난도 무질서도 싫었고 무리지어 고함치는 획일성도 싫었다. 떠나고 또 떠나다 보니 여기에 서 있다. 낡고 빈 바닷가, 잡음의 파도 소리를 보내고 산티아고 노인을 기다리고 싶다. 남은 생명을 한 판에 다 걸고 집채만한 고기를 잡았던 헤밍웨이의 어부를 만나고 싶다. 그 쿠바 나라 노인은 나를 기다리며 감추어둔 회심의 미소를 그때 보여줄 것이다. 해변에 눕는다. 해변이 천천히 그림자를 옮기면서 나를 치며 가라고 할 때까지 계획 없이 떠다니던 내 생을 후회하지 않겠다. 내가 무리를 떠나온 것은 비열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 아직도 말할 수 있다. 노을이 키웨스트 해변에 피를 흘리고 흘려 모든 바다가 다시 무서워질 때까지, 그리고 그 바다의 자식들이 몰려나와 신나는 한 판 춤을 즐길 때까지.


 마흔두 개의 섬을 연결한 마흔두 개의 다리를 건너며 차를 달려 네 시간 만에 도착한 섬, 어느 다리는 길이가 30리 정도까지 되어 가늘게 흔들리며 망망 바다에 떠 있어 어지러웠지만, 헤밍웨이는 야자수밖에 없는 그 마지막 섬에 프랑스 미녀를 데려와 넷째 부인으로 살림을 차리고 말술을 마셨다. 그 중간에는 사람 열 배 크기의 상어를 잡고 거대 다랑어를 잡고 아프리카에 가서는 사자와 표범과 코뿔소를 피투성이로 죽이고 종국에는 그 총으로 더 늙기 전에 미리 죽어버린 남자. 그가 쓴 통 크고 시야 넓은 은유의 글을 읽다가 나도 통 큰 시를 꿈꾸며 모든 의심과 열등감을 밟고 방을 뛰쳐나온다. 갈 곳은 없지만 눈을 크게 뜨고 아직은 갈기 사나운 수사자를 꿈꾸며, 가슴을 펴고 바다같이 넓은 시를 꿈꾸며, 다시 한번 키웨스트의 헤밍웨이를 꿈꾸며.



 - 시집 <마흔 두 개의 초록>에서, 2015 -










 * 어쩌면 헤밍웨이와 시인의 삶은 전혀 다른 공간, 다른 색깔이라 할 것인데,

   시인은 헤밍웨이를 떠올리며 수사자의 삶과 바다같이 넓은 시를 꿈꾼다.

   삶의 구체성은 다르지만 삶의 결은 같다는 것이다.

   분명 장단점을 가진 헤밍웨이의 삶에서 시인은 그 뜨거움만을 접붙이고 있다.

   황혼의 뜨거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노시인의 꿈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나도 시인처럼, 헤밍웨이의 그 어부처럼 늙어갈 것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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