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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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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풍장 1/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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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6회 작성일 21-04-27 09:19

본문

풍장(風葬) 1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 시집 <풍장>에서, 1995 - 












* 1982년 월간 [현대문학]에 처음 발표하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무려 70편에 이르는 [풍장] 연작시의 시작이다.

  친구 김영태, 마종기와 함께 김수영을 따르던 청년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변함없는 시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바위처럼 단단하면서도 바람 같은 유연성을 지닌 시인의 시는 내게 모범 그 자체였다.

  노년이지만 혹 새로운 시집을 내지 않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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