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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공방에서 / 김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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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7회 작성일 20-08-17 03:10

본문

그의 공방에서 / 김옥성 


죽은 자들의 살결을 어루 만진다

시체의 향기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죽은 나무들의 시체들,

오래될수록 혈액이 살아나는 목재를

쓰다듬으며

나는 환생을 꿈꾸지 않는다

이 나무들이 썩지 않는 것은,

아니 더욱 생생하게 연륜을 드러내는 것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다

가을날 바람에 흩어지는 나뭇잎을 보라

나무들은 이미 헛된 것들을 전부

허공에 풀어주었다

살갗을 깊이 파고들었던 상처도

첫사랑의 기억도

거칠었던 수피는 이미 다 깎여나갔다

남은 것이라곤 하얀 뼈

이 뼈는 내것이 아닌 너를 위한 선물

서랍이 되어 네 추억을 간직하거나

소박한 장이 되어 네 생애를 전시해줄 것이다

그의 공방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서랍과 장은 언젠가 버려지고 썩어 없어질 것이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 이 향기는 불멸이다

환생의 꿈마저 놓아버린 나무의,

흰 뼈의,

향기가 진동한다


* 김옥성 : 1973년 전남 순천 출생, 2003년 <문학과 경계>에 소설,

            2007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시 등단


< 소 감 >


죽은 자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자는 살았을 때도 아름다웠는데 죽어서 더 아름다운 것은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라고 아니 남을 위해 이바지 한 바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힘주어 말하고 있다


"앞서서 나아가니 산자여 따르라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이 글은 임을 향한 행진곡의 일부를 원용한 것인데, 

나무 뿐만 아니라 사람도 죽어 더 아름다운 사람은 선지자요 애국자이다

선지자요 애국자는 가을 날 흩어지는 나뭇잎처럼 허공에 자신을 버렸지만

그 버림은 더욱 빛나서 흰, 뼈의, 목재처럼 자기가 아닌 산자를 위해서

그들의 기억 속에 송진의 향기처럼 영원하리라

보라, 보라, 산자여 

죽은자의 저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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