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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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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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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7회 작성일 20-09-0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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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 / 김정미


이 밤, 누가 낮은 포복으로 억새를 헤치고 온다.

쉬쉬쉬 쓰러진 바람이 지느러미를 털고 있다.


둔탁한 무엇이 명치에 와 닿는다.

바로 아래 지뢰가 뭍혀 있는데......

한 번도 터진 적 없는 거기

동네 할머니들이 텃밭을 일구는 안전한 그 땅에

그의 냄새가 홀씨처럼 날아와 박힌다.


먹이를 직감하자 

맹금류의 날카로운 발톱이 살을 뚫고 나온다.

굶주린 혓바닥이 빳빳하게 곤두선다.

심장의 피돌기가 빨라지고

맹렬한 기계음이 톱니를 빠르게 돌린다.

206개의 뼈들이 덜그럭덜그럭 제 자리를 찾는다.


그는 하필 어둠을 택해 오는가.

공중에 들린 저 발끝이 까딱 뇌관에 닿으면

발목은 잘려 나아가고 혈관은 산산이 파열될 텐데.

물증 하나 없이 웅덩이만 패일 텐데.

불침번 선 올빼미 두 눈이 마른 침을 꼴깍 삼킨다.

농익은 정적만이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나를 포획 중이다.

순한 벌레들이 나무껍질로 파고드는 새벽.

짓밟힌 억새에 땀방울이 맺혔다.

무사히 나를 건너갔구나!


녹슨 지뢰의 금속 핀이 달빛 가늘게 떨고 있다.


* 김정미 : 2009년 <계간수필>, 2015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2017년

           제15회 춘천문학상 수상, 시집 <오베르 밀밭의 귀> 외


< 소 감 >

 

피에 굶주린 맹금류의 발톱처럼 곧 작렬할 것 같은 덜걱이는 206개의 

뼈마디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둔탁하고 날카롭다

오싹한 긴장 속에 순간의 폭발을 향해서 짹깍 짹깍 미친듯이 달려드는 

시계바늘!


오면 안되는데, 절대 안되는데, 나는 용서가 없다! 

나를 피하라 그것만이 살길이다!

호시탐탐 노리는 나는 그가 다가올수록 몸이 단다


무사히 나를 건넜구나! 긴장감 후에 드디어 오는 평온함

부딪치는 이미지가 뿜어내는 독특한 아이러니는 독자를 바짝 긴장시키는데,


내가 지뢰가 되고 인간이 그로 설정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시인의 당찬 툭심을 본다

진술로만 이루어진 네러티브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폭풍우처럼 독자의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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