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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규] 냇가로 끌려간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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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8회 작성일 20-05-01 20:15

본문

냇가로 끌려간 돼지

 

김충규

 

 

냇가로 끌려가면서 돼지는 똥을 쌌다

제 주검을 눈치챈 돼지는

아직 익지 않은 똥을 수레 위에 무더기로 쌌다

콧김을 푹푹 내쉬며 꿀꿀거렸다

입가에는 거품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늘은 창자처럼 붉었다

내일 있을 동네 잔치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돼지가 냇가에 도착했을 때

거기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은

숫돌을 갈고 있는 칼이었다

칼이 시퍼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체념한 듯 돼지는 사람들을 둘러본 뒤에

씩 웃었다 그 순간, 쑥 들어오는 칼을

돼지의 멱은 더운 피로 어루만졌다

 

 

 

- 시집그녀가 내 멍을 핥을 때 (문학동네,2003)

 

 --------

  딱히 놀이시절도 없던 시절 예전엔 천렵도 많이 했었다. 돼지는 잔칫날 아니면 잡지 않기에 냇가에 나가서 닭을 잡아 육개장을 해먹기도 했었다. 지금껏 닭을 한번 잡아보지 못한 나지만 지난 그 어느 날 나도 그 무리에 끼여서 냇가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도착해보니 흐르는 물을 배경으로 누군가가 이미 닭 두마리의 목을 따 놓았다. 그런데 거기서 아연한 풍경을 보았다. 암탉은 목에 칼침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수탉은 허연 눈동자를 뒤집어쓰고 두 다리 꼿꼿이 서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잡은 사람이 죽은 줄 알고 피가 빠지라고 놔 둔 모양이다. 그 닭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에는 없다. 그러나 배가 고프면 또 먹게 된다.  

 

  시처럼 저런 풍경을 대하면 입맛이 싹 가시고 그 순간은 식욕도 사라지고 먹을 생각도 없어진다. 풀뿌리도 생명체로 보면 이 세상 먹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어쩌랴, 살아있는 게 죄를 짓는 게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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