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띠 아버지 =박연준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꽃띠 아버지 =박연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회 작성일 23-03-23 16:26

본문

꽃띠 아버지

=박연준

 

 

    아버지 분홍 욕실 슬리퍼를 신고 슈퍼에 가신다

    흔들흔들

 

    아빠, 신발부터 그렇게 가난하다고 분홍 혀를 내밀 건 없잖아요 자꾸 시간이 흐르니까 당신에겐 발가락도, 발바닥도, 뒤꿈치도 없어졌나봐 그냥 걸어다니는 도구일 뿐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도무지 인식하지를 못해 아빠, 나는 자꾸 문학하는 법을 잊고 화장하는 기술만 늘어요 어떻게 하죠? 이러다 눈도 코도 입도 하나씩 더 생길 것 같아 아무도 없는 방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몰래 흐느끼라고 내가 태어난 걸까요? 내가 30년이나 존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아 내 흔적을 찾으려면 어떤 자료실에 들어가야 하나요? 나는 어느 곳에 분류되어 있을까? 아빠 아빠 아빠 오래전 누가 뜨겁게 데워놓은 강물에서 내 변사체를 발견했다던데 혹시 당신이 보았나요? 아빠, 당신은 내 머리띠 같아 내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린 꽃, 꽃띠 아버지, 나 거미가 된 것 같아요 자꾸 똥구멍으로 실이 빠져나오고 그 실에 목이 친친 감겨 잠이 들 것만 같아요 아빠 방바닥이나 하수구 밑을 향해 고개를 처박고 울려고, 울 준비를 하는데 실패할 때가 있어요 나는 가죽만 남은 슬픔, 슬픔이었던 옛 광장, 눈물의 유적, 아빠 나는 흔적으로서의 어둠인가봐 당신은 가끔 놀이터 그네에서 나는 쇳소리처럼 끼익끼익, 소리내어 울지만, 나는 사실 아빠처럼 슬프게 생긴 것은 본 적이 없어 아빠는 죽은 노란색을 닮아가지요 아빠, 오세요 분홍 슬리퍼를 끌고 오세요 기울어지는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랍니다 오세요 캄캄한 나를 건너 돌아오세요

 

   얼띤感想文

    방바닥이나 하수구 밑을 향해 고개를 처박고 울려고, 울 준비를 하는 데 실패할 때가 있어요. 운다라는 음가 , 구름이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봄비다. 하늘이 울고 있다. 어떤 계기로 우는 것일까? 바람은 구름의 몸짓에 어떤 진동을 가했을 것이다. 다시 또 벚꽃이 피고 세상은 꽃띠 아버지로 밝았다. 매화가 피더니 개나리가 피고 개나리가 피더니 벚꽃이 다음은 살구꽃 복사꽃 자두꽃 세상은 온통 꽃띠 아버지처럼 당신을 나를 보고 있다. 머리띠처럼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리며 피하려고 하면 다시 꽉 달라붙는 변사체처럼 친친 감겨 있다. 萬綠叢中紅一點, 動人春色不須多 이곳저곳 울울창창 푸른 세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많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가난하다고 혀를 내두를 것도 없고 시간이 없다고 흔적을 무시하며 사는 것도 존재에 믿어지지 않는 기술일 뿐 거미가 간다. 밤은 큰 국자를 보며 내뿜는 실에 시간을 묶으며 하수구를 막고 낮은 삐그덕 거리는 문고리 잡고 슬픈 얼굴을 바라보며 사실 안 열리는 문을 밀어나 보는 일이다. 큰 국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루에 한 바퀴씩 도는 놀이터 그 아래 숨결을 놓지 않으며 뒤집지도 않으며 분홍 슬리퍼 마음을 꾹꾹 짜 맨다. 지극적으로 바라보는 꽃띠 아버지, 그 지극성 울 수도 없고 울 준비를 하는 데 실패한 구름 캄캄한 나를 건너 돌아온 미래 다만 빈 가족을 빈 가죽으로 기울어 본다. 큰 국자가 없으면 만물을 생성하지 못하며 만물을 성숙시키지 못하며 세상을 밝히지 못하며 하늘 자체가 운행하지 아니하니 헤아리고 살피는 현묘한 조화의 기틀, 그 국자와 같은 시, 오늘도 잠시 머물다 간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7건 6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9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4-04
39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04
39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4-04
39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4-03
39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4-03
39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4-03
39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4-02
39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4-02
39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4-02
39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4-01
39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4-01
39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04-01
39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01
39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3-31
39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3-31
39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03-31
39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3-30
39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3-30
39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3-29
39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3-29
390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3-29
39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3-28
39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3-28
39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3-28
39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3-27
39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3-27
39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3-26
39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3-26
38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3-25
38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3-25
38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3-24
38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3-24
38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3-23
38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3-23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3-23
38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3-23
3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1 03-23
38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3-20
38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20
38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3-20
38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3-18
38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3-18
38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3-18
38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0 03-17
38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3-16
38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3-16
38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16
38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3-15
38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3-15
38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3-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