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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기분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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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6회 작성일 24-10-29 21:15

본문

벌레의 기분

=이현승

 

 

나쁜 기분은 벌레와 관계가 깊다.

으깨어지면서 이 사이로 스미는

초록의 즙을 상상하면서

비로소 벌레 씹는 기분이 된다.

 

바보 같은 질문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닌가

항상 해야 한다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불친절해지고 싶다.

 

입속에서 벌레가 꿈틀거릴 때마다

퉵퉤 침이라도 뱉어내고 싶지만

정말 기분이 나빴던 것은 멍청한 질문 때문이다.

예의 없는 관심들이나 관심 없는 예의들

화장실에서 똥 냄새와 섞이는 방향제 향 같은.

 

새벽 네시의 잠을 깨워놓고

수화기 너머의 그 사내는 도대체 뭐가 안되겠냐?’는 것일까.

 

고치가 되다 만 누에처럼

이불을 둘둘 말고 누워서

나는 멍청한 질문이 되어

토실토실 살지고 깨지기 쉬운 질문이 되어

 

 

   창비시선 392 이현승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 42-43p

 

 

   얼띤 드립 한 잔

    나는 질문을 읽고 있다. 매일, 한결같이 현명한 하루가 어리석은 초록을 만날 때 바보 같은 행위에 대한 반성이다. 마치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기분은 새로운 질문을 낳는다.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닌가? 그러면 여러 가지 변수가 나오고 이 중 몇 개는 실천도 해보았기에 실천한 그 방도는 아니라는 사실도 곧 깨닫는데 몇 시간 아니 몇 분 걸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항상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마음이 괴롭고 몸은 피로하다. 독방에 갇혀 햇빛을 볼 수 없는 일은 나에게 한없이 불친절한 결과다. 정말 기분이 나빴던 것은 멍청한 질문이었다.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나는 갇혔다. 어떤 때는 반성도 지겹다. 내가 가장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오후 내내 비만 내렸다. 예의 없는 것들 관심을 주지 않고 내려다보는 저 항문의 조임은 고정적이고, 이로 느슨한 안전띠를 풀어놓고 마는 어디로 뻗쳐 오르는지 분간이 안 가는 상황을 만들고 만다. 입속에는 꿈틀거리는 벌레가 있다. 씹을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껌 같은 본질이 내 삶을 자꾸 억죄며 온다. 화장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심정에서 한낱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는 심실로 가는 일, 새벽 네 시 의자를 벗고 라면을 끓인다면 국물은 향긋한 생강 냄새로 할 것이다. 토실토실 살지고 깨지기 쉬운 질문 앞에서 아주 단단한 턱뼈와 더불어 깔끔한 잔에 쌍화차를 풀어 넣으며 자국의 쾌적한 느낌까지 드디어 백지에서 피는 장미는 한풀 꺾어 놓으며 긴 숨 지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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