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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메이트 =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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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3회 작성일 24-10-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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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메이트

=박판식

 

 

    나는 성질 고약한 원숭이다 사람 모양의 풀뿌리를 입안에 넣고

    그 쓴맛에 비웃음 흘린다 정가 600원짜리 율리시스는

    값도 싸고 효과도 좋은 약이다 박카스 한 병 값에 내 인생은

    위로 받았다 그런데도 도무지 모르겠다 살수록 더,

    인생은 뭔가 엉터리다

 

    예수의 머리카락이라면서 니가 성경에서 뭔가를 손가락으로 집어낸다

    하늘에 별이 없다면 우주는 더 캄캄할까

    삶이 불행하다는 6에서 10퍼센트의 사람이

    내 주변에는 왜 이리도 흔할까

 

    나는 늙은 여자의 탈모 연구에 하루를 낭비했다

    오진이다 그래서 나는 물만 남은 붕어 그릇을 그만 내다 버리기로 했다

 

    긴장 초조 불안이 나를 젊게 만든다

    사랑 감사 행복이 나를 늙게 한다

    내 마음은 늘 배고프다

    마음의 뚱보가 되고 싶다 마구 먹고 마시고 쏟아버리고

    몸은 길가에 뒹구는 나뭇가지 같은 게 된다 해도

 

 

   문학동네시인선 170 박판식 시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069p

 


   얼띤 드립 한 잔

    체크메이트는 체스에서, 킹을 잡겠다는 경고를 담은 구호다. 우리 말로 외통수다. 나는 성질 고약한 원숭이다. 원숭이는 남을 모방하거나 유행을 따르는 정신을 은유한다. 그러니까 독자적이지 못하고 창의성도 없다. 사람 모양의 풀뿌리를 입안에 넣고 그 쓴맛에 비웃음 흘린다. 대해일적大海一滴과 창해일속滄海一粟이란 성어도 있듯이 저 바다에 비유한다면 한 톨 좁쌀이나 한 방울 물방울에도 못 미치는 삶이다. 물의 최소 단위는 물방울이다. 물방울 적에서 밑동 적은 잘 쓰이지 않는 한자지만, 뿌리를 은유한다. 뿌리에서 오른 싹 같은 것이다. 정가 600원짜리 율리시스는 값도 싸고 효과도 좋은 약이다. 율리시스란 책, 인생에 곧고 확실한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다룬다. 우리는 어디서나 이방인으로서 존재하는 매사 확정할 수 없고 확실하지 않은 배경만 있을 뿐이다. 박카스 한 병처럼 피로해소제다. 그런데도 도무지 모르겠다. 살수록 더 인생은 뭔가 엉터리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죽어 있으나 죽은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미물에 불과하다. 예수의 머리카락처럼 길고 영원히 남을 문장은 지상병담紙上兵談일뿐 모든 것이 허하다. 하늘에 별이 없다면 우주는 더 캄캄할까, 원래 우주는 캄캄했다. 애초에 핵 한 톨에서 출발한 빅뱅의 시초였다. 삶이 불행하다는 6에서 10퍼센트의 사람이 내 주변에는 왜 이리도 흔할까. 6에서 몸 육을 은유한 수의 개념은 지옥의 바탕을 이룬다. 세상 물정의 정반합 속에서 제물이나 마찬가지다. 10퍼센트,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는 8020의 법칙을 얘기했다. 요즘은 이것도 통하지 않는다. 955의 법칙 아니 991의 법칙이다. 오로지 하나만을 위해서 사는 군중이듯이 빈부격차에서 모든 문학적인 사상과 예술적인 경지까지 하나가 다수를 지배한다. 나는 늙은 여자의 탈모 연구에 하루를 낭비했다. 종일 문학에 심취한 시인을 본다. 여자는 문자를 상징하며 탈모는 검정을 뽑아내는 은유적 표현이다. 오진이다. 그래서 나는 물만 남은 붕어 그릇을 그만 내다 버리기로 했다. 물은 진리를 상징하며 붕어는 죽은 말이다. 긴장 초조 불안이 나를 젊게 만든다. 사실이다. 사바나 공원에 잠시 있어 보면 생존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살이 찔 수가 없다. 늘 뛰어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세상 온갖 것에 대한 제물에 불과하기에 앉으나 서나 경계의 눈빛만 있는 것이다. 사랑 감사 행복이 나를 늙게 한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늙는다는 것은 죽음을 암시한다. 내 마음은 늘 배고프다. 그러므로 흰 밥그릇을 두고 허공을 딛는 숟가락만 있을 뿐이다. 마음의 뚱보가 되고 싶다. 마구 먹고 마시고 쏟아버리고 몸은 길가에 뒹구는 나뭇가지 같은 게 된다 해도 말이다. 춘재지두이십분春在枝頭已十分이다. 봄은 나뭇가지 끝에 이미 무르익어 있듯이 꽃송이처럼 부푼 마음이 있다면 세상을 향한 발로의 기쁨으로 설레는 여정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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