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 김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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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
김예강
초면에 물컵을 떨어뜨렸다 들고 있던 물컵의 작약이 흉터를 예감하며 저편 작약의 없는 손을 잡으려 한다 빗물이 창문에 남겨진 어제의 눈동자를 조용히 지우며 간다 이럴 땐 어제의 내부는 겹꽃 같아서 영혼이 어디론가 자꾸 숨는다 싸늘한 골목의 등은 밤사이 피를 데우려다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골목 안 담장에 길 없음이라 쓴다 갈팡질팡하던 아침이 등이 휜 고양이가 곧 얇고 유연한 새 골목을 끌고 오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어디선가 들은 희미한 노래가 등 뒤에서 들린다 조금 자란 손톱을 들여다보다 손금이 어디까지 흘렸는지 생각한다 손바닥은 번개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내 안의 열에 내가 데인 자국이다 우리는 초면인데 애인이라 한다 우리는 초면인데 적이라 한다 나는 꿈속인데 느닷없이 사랑하는 말을 한다 고양이 울음이 밤을 서성이다 창문을 두드리고 간다 초승달 속에 오래전 내가 서성이던 골목.
프로필 김예강 : 경남, 부산대학원, 2005 시와 사상 등단, 시집 [고양이의 잠]외
시 감상
만약, 오늘 아침 눈뜨는 시간이 초면이라면, 어제는 갔고, 나는 잠을 잤고, 그리고 오늘은 나에게 초면이라면,그 초면의 오늘에게 나는, 마치 첫 데이트에서 만난 설렘을 갖고 초록의 그녀에게 상냥한 눈빛을 보낼 것 같다. 4월이 간다. 그리고 5월이 온다. 금년 5월은 초면이다. 오월과 나는 열애를 할 것이다. 초면의 그녀에게 선한 눈빛을 보낼 것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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