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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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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극락전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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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4회 작성일 19-01-17 10:58

본문

.

     처마 밑에 쪼그려

     소나기 긋는다.

 

     들어와 노다 가라

     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

     얄궂게 눈웃음을 쳐쌓지만

     안 본 척하기로 한다.

     빗방울에 간들거리는 봉숭아 가는 모가지만 한사코 본다.

 

     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

     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

     옛적 사람 그이의 머릿수건을 생각한다.

     부연 빗줄기 너머

     젊던 그이.

 

                                                                                               -극락전, 김사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 한 수 읽다가 웃음을 터뜨려 본 일도 간혹 있다.

     시제 극락전은 아미타불을 본존本尊으로 모신 법당을 말한다. 여기서는 문장 자체가 본존이 된 셈인데 문장 곳곳 살피면 불교적인 색채와 어떤 노장 사장의 냄새도 영 없지는 않아 보인다.

     처마 밑에 쪼그려 소나기 긋는 것은 하늘에다가 밑줄을 긋는 것과 같은 시적 묘사다. 물론 자아가 아닌, 하늘과 신의 행위다. 비를 다스리는 건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중요한 일인 것처럼 묘사해 놓은 것도 참 웃긴 표현이다.

     들어와 노다 가라, 무슨 혀 짧은 소리 같다. 금칠갑을 하고 앉아 영감은 얄궂게 눈웃음을 쳤다는 것도 의인화지만, 자아의 마음을 대신해 놓았다.

     안 본 척하기로 하고, 다만 빗방울에 간당 거리는 봉숭아 꽃잎만 한사코 보는 자아다. 그 붉은 꽃물이 뭐라고 이리 오래 앉아 있었을까!

     텃밭 고추를 솎다 말고 종종걸음으로 쫓아와 빨래를 걷던 옛 적 사람도 금시 잊어버렸다. 옛적은 방금 지나간 시간도 옛적이나 다름없고 머릿수건 같은 흰 낯짝만 씻을 생각만 하니,

     부연 빗줄기 너머 젊던 그이, 하늘의 을 꿰뚫고 마는 詩人 1분 전도 바로 지금보다는 젊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금시 늙었다가 죽음과 탄생의 奇妙情趣.

 

 

     鵲巢進日錄

     검정 앞치마가 내 입술을 뽑아 탁자에 올려놓는다.

 

     안개 자욱한 커피 한 잔

 

     지렁이가 흑룡으로 가라앉고 마른 연잎이 따뜻한 보자기가 되었을 때

     카페 불빛은 낯 뜨거웠다.


     불빛은 사라지고 어느 호수에 잠겼다.

 

     어느 끈 없는 가방이 바위에 앉아 눈알을 낚는다.

     *커피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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