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시대 / 김경후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수렵시대 / 김경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18-12-19 00:05

본문

.

     사냥이 시작된다, 바람 한 점 없는 밤, 발자국 하나 없는 백지, 사냥이 시작된다, 검은 화살 꽂히는 곳, 이미 썩은 짐승, 이미 추락한 새, 창이 박힌 곳, 지난밤의 폐허, 그러나 눈먼 사냥꾼, 숨을 멎고 백지 위, 내달린다, 붉은 먼지 속 검은 말 발굽들, 내가 젖은 갈기를 잡았지, 혹은, 불끈 솟은 목덜미 정맥, 그 울부짖음을 잡았어, 그런 말들, 잡고 싶을수록 허옇게 부서져버리는 말들, 고함지를수록 텅 비어가는 백지, 사냥이 시작된다, 칼을 휘두르며 달리고 또 달린다, 눈먼 사냥꾼, 백지는, 달리지 않는 모든 것을 한다, 눈 표범처럼, 포식자의 높고 깊은 눈빛으로, 달리지 않는 모든 것을 한다, 납빛의, 눈먼 사냥이 시작된다, 보이지도 않던 말들, 목을 물린 채 끌려가는, 숨소리, 이미 뿌옇게 잿 가루 뒤덮인 사냥터, 그러나, 다시, 바람 한 점 없는 백지 위, 눈먼 사냥이 시작된다,

 

                                                                                                        -수렵시대, 김경후 詩 全文-

 

 

     鵲巢感想文

     대학 1학년 때였지 싶다. 이문열의 소설 들소를 그때 읽었다. 소설의 배경은 구석기 시대쯤으로 보였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특이했고 배경이 결코 낯설지 말아야 할 자연이었다. 산나리였든가, 그리고 뱀눈도 기억이 나고 큰 목소리, 날렵한 손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들소를 잡아야 했던, 그때는 하나의 목표물이었다. 가장 우람하고 높고 큰 덩어리는 부족의 영웅이 되는 지름길이었다. 세월이 흘러 스페인 어느 고장 모 사냥꾼이 발견한 동굴이 있었다. 알타미라. 그 동굴 천장에는 들소가 그려져 있었다.

     몇 천 년 아니 몇 만 년이 흐른 지금, 현대인은 무엇이 들소인가? 우리는 무엇을 쫓으며 오늘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시인의 시 수렵시대를 읽고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에 발자국 하나 없는 설원 위를 스스로 걷는 시인, 검은 화살에 웃고 우는 폐허 더미에 자폐의 붉은 먼지는 끈 없는 목덜미를 잡고 아예 없는 공간을 무엇을 위해 얼마나 사냥하는 것인가?

     누구는 고함을 지르고 누구는 텅 비어 있고 누구는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누구는 등을 보이며 내빼고 있다. 눈먼 사냥꾼의 납덩어리는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 높고 깊은 눈빛의 치타 더는 달릴 수 없는 그 숨을 끊어놓기 위해 얼마나 달려야 했든가! 결국 목덜미는 그 치타의 이빨에 물린 채 또 얼마나 피를 흘려야 했든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이 설원 위를 달려가는 시인을 보라! 세상은 언제나 넓다는 것을 손수 방아쇠를 당기며 서 있는 저 사냥꾼을

     더 달려 나가는 것은 언어폭력임을,

     언어가 폭력이라는 것을 알 때 치타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자. 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니까 김구 선생께서 널리 쓰셨던 한시였다.

     이 한시가 왜 자꾸 생각이 나는 건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5건 6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7 0 01-05
16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3 0 01-04
16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4 0 01-04
16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8 0 01-03
161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2 0 01-03
16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8 0 01-03
16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0 01-02
16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0 01-01
16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9 0 12-31
16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9 0 12-31
16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7 0 12-31
16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0 12-30
160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12-30
160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0 12-30
160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8 0 12-29
16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12-29
15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0 0 12-29
15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0 12-28
15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3 0 12-28
15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6 0 12-28
15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6 0 12-27
159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 12-27
15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 12-26
159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3 0 12-26
15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9 0 12-26
15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7 0 12-25
15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0 0 12-25
15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1 0 12-25
15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4 0 12-25
15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0 0 12-24
15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9 0 12-24
15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5 0 12-24
1583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1 0 12-24
15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0 0 12-24
1581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1 0 12-23
15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7 0 12-23
157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1 0 12-23
15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0 12-22
157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9 0 12-22
15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7 1 12-22
157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2 0 12-21
157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3 0 12-21
15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9 0 12-21
15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2 0 12-20
15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5 0 12-19
15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0 12-19
15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4 0 12-19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3 0 12-19
15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 0 12-18
15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4 0 12-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