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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나선형 계단 /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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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18-12-11 12:36

본문

.

     이 사건의 모양은 미로의 벽을 더듬어 가듯 어둡고 비스듬하고 어눌하다.

 

     출구가 막힌 목격의 입구엔 접힌 말과 흘린 침이 고여 있다. 끈적끈적하고 미끄러운 곳. 입을 다물었는데 자꾸만 벌어졌다. 미궁을 의심해야 한다. 턱 너머, 드러나고 엇나가고 돋아나서 흐린 바닥도 흘러내린다.

 

     이럴 수가, 빠진 턱 속에서 난간의 이목구비가 나타난다.

 

     비명이 몰린 뼈를 만진다. 뼈가 빠져나간 살을 만진다. 흐느적거리던 뼈가 도망친다. 없는 밤과 낮이 목구멍을 틀어막는다. 아들이 아버지를 제자가 스승을 윗집이 아랫집을 망설임도 없이 온기를 도륙한다. 붕괴해서 덮쳐 오는 공포는 혀가 더듬는 뼈의 안쪽, 백 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이 실체는 피도 눈물도 없어서 천 길 낭떠러지다.

 

     트럭에 치인 새를 품고 죽어 가던 계단,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계단.

 

                                                                                                         -나선형 계단, 정지우 詩 全文-

 

     鵲巢感想文

     많은 詩集을 읽다 보면 좋은 詩集 한 권을 써야겠다는 욕구가 절로 생긴다. 글은 때가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때를 찾아야 한다. 의 시체詩體를 무관심 조로 세계에 던져놓는 것은 아의 시체에게는 무책임한 처사겠다.

     詩集 한 권을 펼쳐 읽으면 전체적으로 좋은 시편으로 가득한 것도 있지만, 때로는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있다. 물론 스스로 느끼는 일이다. 어떤 것은 문장이 단절되는 느낌도 없지 않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의미가 모호해서 시를 떠올릴 수 없는 것도 있다. 물론 문장력이나 독해력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지만 말이다.

     계단階段은 참 중요한 시어다. 그 의미는 사람이 오르내리기 위하여 건물이나 비탈에 만든 층층대다. 좀 더 확장해서 어떤 일을 이루는 데에 밟아 거쳐야 할 차례나 순서다. 물론 戒旦도 있다. 이 뜻은 날 샜다는 것을 알려주는 행위나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을 뜻한다. 에서는 대체로 전자로 많이 쓰인다.

     계단의 의미를 잘 사용한 시 한 편을 붙여본다. 詩人 이혜미의 매직아이에서 보면, 종이 속에 계단을 숨겨놓으면 / 점점 깊숙해지는 걸음으로 / 내려가는 / 사람이 / 비쳐 보이고 // 동굴 속으로 낯선 강이 흘러 / 우리는 먼 눈을 가지기로 했다, 마치 내가 어떤 공간도 없는 지면을 보지만, 순간 계단의 밑그림이 떠오른다. 그 계단을 나도 모르게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건 그렇고,

     시제가 나선형螺旋形 계단이다. 나선형이란 한자의 뜻대로 소라껍데기처럼 빙빙 두른 형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계단은 를 제유한 것이고 그 의미는 나선형처럼 빌빌 꼬였고 돌겠다는 뜻이다.

     詩의 전반적인 내용은 어떤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에서 독자는 검시관檢屍官으로 바라보는 처지로 쓴 것이다. 에서 사용한 시어를 곰곰 씹어보면 색다른 맛에 즐겁기까지 하다. 물론 죽음을 파헤치는 일이 겉으론 좋을 수는 없지만, 이것도 한 차례 행사라면 까짓것 즐겁게 읽고 즐겁게 묻어주고 또 생각나면 펼쳐 헤쳐 보는 것이 문학의 펀(fun)이다. 어떤 창조를 기대하려면 자꾸 헤쳐 보는 수밖에는 없다. 이것은 올바른 죽음을 기대하기 위한 글쓰기다.

     그런데 이 는 잘 나가다가 4연에서 목구멍을 틀어막는다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제자가 스승을 윗집이 아랫집을 망설임도 없이 온기를 도륙한다로 전환될 때 어떤 숨겨두었던 진실眞實 하나가 드러나는 꼴이 돼 버렸다. 물론 이 는 잘 쓴 것은 틀림없다. 그냥 독자의 변이다. 상심하지 마시길,

     이 에서 표현의 압권은 종장에 있다. 트럭에 치인 새를 품고 죽어 가던 계단,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계단에서 그만 실소를 하였다. 사실, 필자 또한 벌어져서 다물지 못한 이 구멍을 눈 빠지게 바라고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치타를 몰며 치자 꽃을 피우고 있으니까!

     하여튼, 잘 감상했다.

 

 

     鵲巢

     쌓은 모래성은 작고 높다랗다

     문은 하늘 계단 위 초록색

     콘크리트 더미에 오른 쇼팽

     열의 여덟은 피아노 건반 위 올려놓은 하얗게 내린 눈 보며 탁탁 튀는 먹물의 왈츠, 관중석 없는 무대다

     긴 눈썹 휘날리는 차양, 지린내 남김없이 지나는 차는 스노우 모카만 튕긴다

 

     어느 그릇도 담을 수 없는 기관차다

     몽싯몽싯 오른 흰 건반 거친 숨결 머금고 수없이 피는 고적 소리 담는다

     곧고 굳은 회반죽 악장 위 꿈의 제국 딱 한 좌석에 앉아 마주 볼 수 없는 길 끝에 지평선 향한다

 

     쌓인 흰 눈 가르며 가른 흰 눈발 날리며 여명의 눈동자,

     회색 빛 동굴 뚫는다

     두 선로 위 얹은 기차,

     안단테 아주 안단테로 설국 지나 정열의 꽃 한 송이 그 꽃대 오른다

     행 다름없는 긴 문장 끝 망월 하나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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