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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 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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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2회 작성일 18-11-28 11:56

본문

.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왜 말하는지. 이유도 경위도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지나가기 전에 말하라. 한순간이라도 말하라.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을 말하라.

 

                                                                                                          -지금, 김 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위 시는 시인의 시집 한 문장에 수록된 시로 서시 격이다. 제일 앞장에 있다. 읽기에도 편하고 뜻도 명확하다. 정말이지 한 문장이다. 독자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시도 사실 없을 것이다.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just do it, 뭘 꾸물 되냐? 당장 해 버려. 뭐 이런 뜻이다. 사실 맞다. 조금만 더 생각하다가 원래 내가 생각했던 그 의미는 사라진다. 그 의미의 순수성은 잃게 되고 자꾸 함축적이고 수식적이며 퇴보적이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

     물론 어떤 시는 수식적이라고 해서 의미 전달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가령 한 문장에서 우리가 느끼는 어떤 그림 같은 것을 띄우기도 하니까. 예를 들면 수술대 위에 에테르로 마취당한 환자처럼 저녁노을이 하늘에 퍼지거든라는 문장을 보자. 시인은 노을을 보고 있다. 그 노을에 대한 작가의 마음은 어떤 상태라는 것을 여기서 잘 보여주고 있다. 수술대 위에 에테르로 마취당한 환자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지는 경험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취의 경험이 없다면 이 문장은 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이었다. 맹장 수술을 받은 적 있다. 전신마취였다. 내 몸에 칼이 들어갔는지 개복은 했는지 어떻게 꿰맸는지 모른다. 깨고 보니까 온 몸은 부들부들 떨었다. 꽤 추웠다. 그리고 뭔가 취한 것 같은 눈빛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없더라도 마취당한 환자의 느낌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일단 저녁노을을 수식하고 있으니까 그 노을의 색감에서 그 노을이 닿는 정서에서 그 노을이 가져다주는 정황은 그 문장을 온전히 지켜주기까지 한다. 한 문장에서 주어진 각각 시어가 서로 보조하며 완벽을 추구한다면 시의 문맥은 감칠맛까지 더하여 구미는 더욱 당길 것이다.

     시인의 시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수식한 것이 없다. 아예 명령조다. 절대적이다. 지금 말하라. 나중은 없다. 이것처럼 전율이 이는 것도 없다.

     이 문명화된 사회에 내 주어진 인생에도 죽을 고비는 몇 번 찾아온다. 사건사고는 어느 새 어느 때에 찾아온다는 그런 예고 같은 것은 없다. 불쑥, 찾아드는 불행이다. 군대 갔다가 휴가 나와서 전역은 물론 창창한 인생까지 저버린 젊음 이도 있었다. 이러한 사고는 큰 사고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작은 사건과 사고의 징후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과도 멀다. 사회는 하나의 유기물이다. 바다처럼 파도처럼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끊임없이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말하라. 그것을

 

 

伯牙백아 / 申沆신항

 

 

 

 

     我自彈吾琴 不必求賞音

     鐘期亦何物 强辨絃上心

     아자탄오금 불필구상음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내가 내 거문고를 탄다.

     이 내 소리 알아줄 이 없건만,

     종기 역시 어찌 알아주리오.

     내 마음 거저 타는 줄 위에 놓네

 

 

     詩人 신항(申沆)1477년에 하여 1507년에 歿하였다. 조선 전기 고령 출신의 문신이었다.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용이(容耳). 증조할아버지는 고령부원군(高靈府院君) 신숙주(申叔舟)이고, 아버지는 예조참판을 지낸 신종호(申從濩)이다. 어머니는 세종의 아들인 의창군(義昌君) ()의 딸이다. 성종의 맏딸인 혜숙옹주(惠淑翁主)의 남편이다.

 

     위 는 백아와 종지기에 관한 사연을 알아야 알 수 있는 시다. 선인들은 우정을 얘기하자면 백아와 종지기를 예로 삼았다. 고사에서 절친한 벗을 지음(知音)과 절현(絶絃)이라고 한다.

     중국 초나라 유백아는 성연자로부터 음악을 배워 입신출세의 길이 열렸다. 진나라에서 배부의 봉작을 받는다. 20여 성상을 보낸 후 고국에 들어와 자신의 스승 성연자를 찾았다. 그러나 스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상심한 백아는 강을 따라 배를 저어가며 나그네의 탄식을 거문고에 실어 한 곡조 탄주한다. 깊은 가을 저녁 넓고 적막한 강기슭에서 그의 거문고를 들어준 사람은 평생 산지기로 땔나무를 해 팔아 사는 가난한 나무꾼 종지기였다. 거문고의 줄을 가다듬고 수선조 한 곡을 뜯었다. 종지기는 도도한 파도는 바람에 휘말려 넘실거리며 흘러가고 있군요. 하며, 백아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해주었다.

     유백아와 종지기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백아가 다시 종지기를 찾았을 때 종지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백아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거문고 줄을 단숨에 투두둑 끊는다. 이것으로 부족하여 자르고(斷之) 끊고(絶之) 냅다 치고(觸之) 박살내고 깨부수고(破之) 발로 밟아踏之) 버리고 죄다 아궁이에 불살랐다.

     그리고 눈을 들어보니 텅 빈 산에 자기 혼자 있다. 물도 저 혼자 흐르고 꽃도 저 혼자 피어있다. 그리고 나 역시 혼자 남았다.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그래서 지음(知音)이라 하게 되었다.

 

     아마 詩人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연산군 시절 중요 요직에 있었다만, 임숭재(아버지 임사홍, 조선 간신)의 참소로 의금부에 하옥된 적 있었으니 이 일로 궁궐 출입은 금지되었고 이참에 두문불출하여 자신의 신변을 스스로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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