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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미터 /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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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2회 작성일 18-12-02 11:47

본문

.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오십 미터, 허연 詩 全文-

 

     鵲巢感想文

     아주 어릴 때 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동네 내에서 동네 . 그리고 며칠쯤 지났을 때였다. 우물을 팠다. 우물을 파는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넓이도 얼마 안 되는 원을 그려가며 깊게 파 내려갔던 아버지, 어느 정도 팠을 때 거짓말처럼 물이 나왔다. 근데 아버지는 더 깊게 파 내려갔다. 더 맑고 깨끗한 물을 찾기 위한 땅 파기였다. 그 샘이 엄청 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어릴 때였으니, 샘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정말이지 좁고 긴 총구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작은 돌멩이 하나만 떨어져도 위험한 좁은 총구처럼 말이다.

     詩世界는 그런 것이 아닐까?

     위 를 읽고 있으니 그러한 생각이 지나갔다. 詩人들이 얼마나 글을 쓰고 글로 위안을 받고 글로 인해 멋진 삶을 강구하는 것인가! 하나의 제국이 형성되었다가 잠시 빛을 발하며 존재를 확인하고 소멸해가는 한 국가를 보는 것처럼 하나의 텍스트를 보고 있다. 그리고 영원히 잠드는 , 어느 날 또 누군가는 이 제국을 일깨우며 제국을 생각하겠다.

     그러나 제국의 멸망은 또 어떤가? 송 제국 황제 고종이 지나간다. 갓 태동한 북방 여진의 나라, 금의 추격에 온갖 수모를 당하며 쫓기던 고종이 떠오른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송의 군대를 바라보며 목숨만 간간이 부지하며 도망에 급급했던 패주의 황제가 떠오른다.

     금의 장수 완안종필은 기필코 추격하여 송 황제의 목을 땄어야 했다. 남쪽의 여러 가지 기후조건과 수전에 약한 금의 군대였다. 사족이 길었다. 하여튼, 글의 세계도 마치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 미터,

     오십 미터, 나는 오십 미터를 이렇게 보았다. 오십은 오십五十이 아니라 오십吾辻으로 말이다. 나의 사거리, 큰길 한 복판에서 서서 바라보는 내 인생의 관조, 행복과 불행을 측정하는 단위 그러니까 여기서 미터는 시적 장치에 불과하다. 실재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산다. 이 말은 얼마 전에 읽었던 詩人 이영주의 시문과 대치된다. 즉 다시 옮겨 적으면, 노인들은 서로를 죽은 자로 대할 수 있기 때문에 등을 쓸어준다. 노인과 소년, 노인은 이미 성찰한 어느 단계에 이른 사물이나 사상, 사고를 제유한다고 적은 바 있다. 그러면 소년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미성숙한 상태다. 그러니, 시집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국은 늘 그립고 를 읽음으로써 제국건설을 지향한다.

     詩 마지막 문장을 보자.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채송화가 아니라 바위채송화다. 완전 굳은 사물로 대변했다. 완벽한 세계다. 내 마음의 한 줄 그리움은 때가 되면 굳혀 놓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詩人를 읽다가 필자 또한 유사한 가 있어 아래에 덧붙여 놓는다.

 

     열십자 / 鵲巢


     일자로 달린다 무작정 달린다 지정된 목적지처럼 거침없이 달린다 달린다 페달 한 짝 없는 자전거가 달린다 달린다 자전거처럼 달린다 온전한 자전거가 따라붙는다 달린다 온전한 자전거가 앞질러 간다 두 동태, 네 동태가 된다 달린다 자전거처럼 달리다가 덤프트럭이 달린다 달린다 덤프트럭처럼 달린다 브레이크 없는 덤프트럭처럼 달린다 무작정 달린다 이 악물고 달린다 온전한 트럭이 따라붙다가 앞질러 간다 어두운 길목 어느 돌부리 가릴 것 없이 나팔처럼 달린다 입구는 생각지 않고 항문처럼 열십자 길 한복판에서 주저하지 않고 달린다 신의 손, 검은 차가 달린다 짐승을 우리 안에 가두는 거보다 슬픈 일은 없지’* 달린다 일방도로에 나비처럼, 달린다 표지판 하나 없는 막다른 길, 달린다 이리저리 살펴도 실종자처럼 달린다 뚝 떨어져 나온 뻘밭에서 송곳처럼 달린다 달린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번개 치고 천둥소리도 달린다 내조처럼 달린다 팡파르도 없이 달린다 열십자 한복판에서 오로지 밑바닥으로 줄곧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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